<인셉션>에서 터질 듯한 슈트 맵시를 자랑하는 브라우닝(톰 베린저)은 피셔(킬리언 머피)의 삼촌이다. 어느덧 환갑 나이가 된 그를 보면서 즉각적으로 톰 베린저임을 알아챌 사람은 드물 듯하다. 역할도 그렇다. 피셔의 삼촌으로서 딱히 음모도 선의도 불분명하고 단지 그가 의미를 지니는 순간은 피셔의 심중을 캐기 위해 임스(톰 하디)의 아바타로 활용될 때다. 과거 1980년대 중·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피어 시티>(1984), <플래툰>(1986), <메이저 리그>(1989), <가면의 정사>(1991), <스나이퍼>(1993) 등에서 날선 주름과 찌푸린 표정으로 작품을 휘어잡던 그가 어느덧 팽팽한 보톡스 아래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숨겨버린 게 안타깝다. 그래서 한동안 B급 액션영화로 떠돌고 있을 때 어딘가 악마성을 머금은 주인공이란 그만의 독특한 캐릭터가 무척 그리웠었다. 비슷한 느낌의 남자배우 중 알렉 볼드윈이 제 나이를 긍정하며 변화에 성공하고, 미키 루크가 긴 방황을 끝내고 ‘돌아온 탕아’로 복귀한 것과 비교하면 그는 뭔가 좀 애매하다. <인셉션>이 어떤 변화의 기폭제가 되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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