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전당포 참 구질구질하네요. 그래도 장사는 하겠죠? 이거 시계 얼마 정도 쳐주실래요?
=시계? 웃기지마. 이젠 돈으로 사겠어, 돈으로 사면 될 거 아냐! 얼마면 되겠니? 얼마면 돼!
-원래 전당포가 돈으로 사는 데 아닌가요?(-_-;) 이상한 분이시네. 암튼 시계가 얼마 안된다니, 여기 우리 집 가보인 할아버지가 물려준 훈장도 같이 맡길게요.
=똑바로 봐. 이런 무공훈장 가지고 있다고 날아가는 총알들이 알아서 비켜가준대? 다 필요없어.
-이거 참, 주인장 얼굴이 반반해서 이 전당포로 왔더니 너무 까칠하시네요. 그런데 저 옆에 있는 여자아이는 누군가요? 참 예쁘네요.
=쳐다보지 마, 이런 쓰레기 같은 녀석. 내가 너 같은 놈들 한두번 보는 줄 알아? 아까부터 계속 우리 소미만 쳐다보던데, 손 대지마 세균 옮아. 돈 받았으면 조용히 꺼져.
-그냥 아이가 예뻐서 쳐다본 것 가지고 왜 그래요. 저 꼬마랑 무슨 관계기에 그래요?
=나? 그냥 옆집 아저씨. 소미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어. 하지만 소미가 나를 아저씨라 불러주었을 때 나는 비로소 사람이 되었지. 나는 소미에게, 소미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어. 자 이리와 소미야, 한번만 안아보자.
-엥 아저씨요? 아가씨 아닌가요? 머리 길게 늘어뜨린 게 너무 예쁘게 생겨서 여자인 줄 알았네. 암튼 어우 당신이야말로 변태 아닌가요? 도통 말도 안 통하고 갈수록 태산이군요.
=안되겠군. 나는 이제 너를 죽일 수밖에 없겠어. 이유는 묻지 마. 나도 모르니까. (소미가 가지 말라고 말리자) 난 안 죽어. 이제 막 태어났는걸. 너는 내 인생의 빛이었어. 너로 인해 인생의 참맛을 알게 됐어. 난 이제 행복하게 살 거야. 침대에서도 자고 유통기한 지난 우유는 안 마실게. 내 걱정은 말고 빨리 여기서 달아나. 일 끝내고 꼭 찾으러 갈 테니. 사랑한다 마틸다. 아니 소미야.
-근데 당신이 그러는 모습을 보니 갑자기 드라마 <꼭지>가 떠오르네요. 근데 당신도 어쩔 수 없는 남자군요. 상란이 아줌마(박지영)한테 애가 있어도 상관없다며 쫓아다닐 때는 언제고 이제는 저렇게 한참 어린 여자를 좋아하게 되다니. 그래서 당신이 ‘아저씨’였구만요. 쯧쯧 남자들이란.
=악 제발 그만, 너 아줌마가 보낸 놈이지? 상란이 아줌마, 미안해 정말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