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무엇인가? ‘폭도’들의 난동인 ‘광주사태’인가? 그 덕에 이룬 민주화 열매로 꾸며 기린 ‘광주 민주화 운동’인가? 아니면 당사자들이 고통스럽게, 그렇지만 자랑스럽게 기억하는 ‘아름다운 공동체’, ‘함께한 나눔의 세상’인가? ‘일상’이면서도 어느새 ‘타자’가 돼버린 살아남은 사람들의 ‘욕’이며 ‘업보’인가? 이 영화는 당시 광주에 함께 했던 ‘민초’들인 구두 닦는 아저씨, 자장면 집 아저씨, 꽃집 아저씨, 시장 아줌마들, 계엄군 출신 어느 대안학교 목사, 신부 같은 사람들의 담담하고도 절절한 기억과 오늘의 삶으로 그 답을 찾아간다. 어느새 30년이 지나 색 바랜 사진첩 같은 기억을 하나하나 조각보처럼 꿰고 이으면서 말이다. 배우지도 가지지도 못한 사람들이 나서 만든 나눔의 공동체, 신념과 이념이 아니라 불의에 대한 항거였단다. 강도도 도둑도 휴업하고 하나 된 세상, 여고생도 아줌마들도 밥 짓고 주먹밥 만들어 나누던 날들이었단다. 그 때 죽어간 사람들 뿐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들의 우울증, 장애, 자살과 같은 아픔과 괴로움, 죽음의 그림자란다. 아니 상징이었던 전남도청 건물 철거를 두고 볼썽사납게 다투고 싸우는 어려움이란다. <오월愛>는 30년 전 광주의 열흘을 담담하게 재구성하면서 동시에 지난 30년을 사람들의 삶, 사랑, 아픔, 죽음으로 기록한다. 제목에서부터 누구나 알 수 있듯이 감독 자신의 광주에 대한 사랑을 아름답고 고즈넉해 사뭇 슬픈 영상으로 담아내고 있다. 그가 왜 그래야 하는지,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지는 영화 도입부 시장 아줌마와 이야기 나누면서 진작 드러난다. 5월 광주에 대한 영화를 찍는다는 말에 아줌마 한 마디, “그런다고 밥이 나와 옷이 나와! 쓰잘 데 없는 짓 그만둬”. 그렇지만 감독 뿐 아니라 영화는, 다큐는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영광(혹은 욕)된 삶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우리들은 결코 그만 둘 수가 없다. 영화 속 어느 펼침 막에 써놓은 대로 “기억되지 않는 과거는 반복할 수밖에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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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 | 한국 | 2010년 | 104분 | 와이드앵글
글 정유성/ 서강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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