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꾼> Bleak Night
윤성현/ 한국 / 2010년 / 116분/ 뉴 커런츠
막다른 골목에 선 인간은 똑같은 질문을 되풀이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가. <파수꾼>은 유리처럼 섬세한 성장의 시기, 상처가 두려워 상처를 주는 법부터 먼저 배운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다. 기태와 영호, 영준 세 남자 고등학생을 중심으로 그들의 우정과 파국을 실감나게 재현한 이 영화는 걷잡을 수 없이 엉켜버린 비극의 실타래를 치밀한 시선으로 풀어간다. 영화는 자살한 고등학생 기태의 아버지가 아들이 죽은 까닭을 추적하는 장면으로 문을 열지만, 카메라는 왜 죽었는가가 아니라 뒤틀린 폭력에 부셔져 가는 관계에 시선을 주목한다.
중학교 시절부터 단짝인 기태와 동윤은 고등학교에 들어와 희준을 알게 되고 이후 세 사람은 삼총사처럼 어울려 다닌다. 학교 짱인 기태는 같은 반인 희준에게 여러 가지로 신경을 쓰며 각별한 사이가 되려고 하지만, 사소한 오해와 질투가 반복되며 점점 멀어진다. 마음을 전하는 데 미숙한 아이들은 대답 없는 우정에 상처 받는다. 타인의 고통을 보기보다 자신의 상처를 호소하기 급했던 기태는 폭력이라는 손쉬운 방법에 호소하고 만다. 결국 희준은 기태를 피해 전학까지 가게 되고 이 순간부터 가해자인 기태와 피해자인 희준, 중재자 동윤까지 모두 폭력이 선물한 죄의식 늪에 빠져든다.
폭력은 인간의 영혼에 깊은 쐐기를 박는다. 뺨을 때리면 주먹도 아프고 그 불쾌함을 씻기 위해 폭력은 또 반복된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요령을 배우지 못한 기태가 자살이라는 자기 파괴적 행동으로 실타래 전체를 끊어 버린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세 친구의 파국 뒤에 그들을 방관한 아버지, 학교, 사회의 거대한 그늘이 드리워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역동적이고 거친 질감으로 잡아낸 한 순간의 떨림을 비극적 울림까지 공명 시켜 나가는 감독의 연출력이 특히 돋보인다. 상처만 남은 폐허의 풍경에서 균열이 시작된 작고 사소한 지점까지 잡아낸 세밀한 관찰력 역시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