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많은 관객과 만나고 싶다, 꼭!
2010-10-10
글 : 김도훈
<무산일기> 박정범 감독

부산영화제가 끝나면 모두가 <무산일기>를 이야기할 것이다. 이창동의 <시>에서 조감독을 맡은 경력이 있는 박정범의 <무산일기>는 탈북자들을 다룬 단편 <125 전승철>을 장편으로 확장한 영화다. 탈북자들의 삶을 극도의 리얼리즘으로 풀어내는 이 영화는 특히 강렬한 라스트 씬(이건 직접 보아야만 한다!)으로 관객의 숨을 멎게 만든다.

-2008년에 사망한 실제 탈북자 친구를 모델로 한 영화라 들었다.
=북한에서 탁구선수를 하다가 탈북한 친구 이야기로부터 시작된 영화다. 탈북자라는 소재에 사회적으로 접근했다기보다는 미시적으로 보고 느낀 것을 오히려 거시적으로 다시 바라본 영화다.

-직접 주인공 전승철을 연기한 이유는.
=이전 단편인 <사경>과 <125 전승철>에서도 직접 주연을 했었다. 배우 욕심이 있는 건 아니지만, 나는 연기 디렉션을 잘 하는 편이 아니라 원래 보존하고 싶은 느낌을 잘 못 내겠더라. 내가 가진 느낌은 내가 표현을 해야겠다고 싶었다.

-영화는 어떻게 시작했나.
=군대 전역하고 영화제작실습이라는 교양수업을 들었다. 거기서 찍은 단편이 연세영화제 대상을 받았고, 그걸 좀 더 다듬은 <사경을 헤메다>가 2001년 부산영화제 와이드앵글 부문에 초청이 됐다. 영화에 빠져든 건 군대에서 기타노 다케시의 <하나비>를 보면서부터다. 다만 직접 찍을 생각은 못했는데 교양수업을 통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다큐멘터리적인 미학적 접근법이 두드러진다.
=핸드헬드조차 조금 가짜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의 카메라는 ‘숨쉬는 카메라’라고 정의했다. 인물이 가만히 서 있어도 숨을 쉬듯 시선이 흔들리는 정도를 유지하고 싶었다. 다르덴 형제의 영향도 물론 있지만, 그들처럼 카메라를 과감하게 움직이며 인물에게 완전히 몰입하게 만들 수는 없더라. 나는 보다 관조하는 시선, 숨쉬는 카메라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극장 개봉 여부는 결정됐나.
=진진에서 국내 배급을 진행하기로 약속이 된 상태다. 갑갑하고 답답한 영화라 흥행이 잘 될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됐으면 좋겠다. 시민공동체 상영이라도 좋다. 영화를 통해 대화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면 어디든 보내고 싶다. 그게 <무산일기>가 가진 임무 같다.

사진 옥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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