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한국 찾은 <바닐라 스카이>의 톰 크루즈와 페넬로페 크루즈
2001-12-26
글 : 위정훈
사진 : 정진환
사랑에 취한 연인, 가상현실보다 완벽한

톰 크루즈가 왔다. 신작 <바닐라 스카이>와 연인 페넬로페 크루즈를 안고서. 코트깃을 절로 여밀 만큼 겨울바람이 매섭던 지난 12월15일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시각,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바닐라 스카이> 홍보차 한국을 찾아온 배우 톰 크루즈와 페넬로페 크루즈, 감독 카메론 크로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200여명의 취재진이 기다리는 가운데 <바닐라 스카이> 주제가가 울려퍼지면서 페넬로페 크루즈를 앞세우고 감독 카메론 크로, 톰 크루즈가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서로의 어깨에 팔을 올린 채 나란히 서서 포즈를 취한 뒤, 자신의 얼굴을 전면에 내세운 <바닐라 스카이> 대형 포스터를 배경으로 자리에 앉은 톰 크루즈는 특유의 쾌활한 미소를 지으며 “감사합니다”라는 한국어 인사말로 입을 열었다. 편당 출연료 2천만달러짜리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라는 타이틀이 주던 거리감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약 1시간 동안 한꺼번에 두어개씩 질문이 쏟아졌지만, 톰 크루즈는 어떤 질문에도 미소를 띠며 대답하는 등 편안하고 능숙하게 회견을 이끌었다. 간간이 재치있는 농담을 던지면서.

개봉 전부터 <바닐라 스카이>가 뜨거운 소문의 진원지였던 가장 큰 이유는 알려져 있다시피, 니콜 키드먼과 헤어진 톰 크루즈의 품에 새롭게 안긴 스페인 출신 여배우 페넬로페 크루즈가 나란히 출연했다는 사실. 회견장에서도 두 사람에 대한 질문은 빠지지 않았다. “페넬로페 크루즈는 아름답다. 그녀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톰 크루즈는 “아름답다는 데 동의한다. 가장 예쁜 건 그녀의 마음(spirit)”이라고 답해 연인에 대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지금 한국의 영화시장은 경쟁이 치열한데 제작자로서 <바닐라 스카이>에 대해 어떤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즉각 “우리가 여기에 이렇게 왔잖은가”라고 되받아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80년대 청춘스타로 출발, <탑건> <제리 맥과이어> <미션 임파서블> 등을 거치며 최고의 흥행배우로 군림하고 있는 톰 크루즈는 <미션 임파서블> 이후 제작자로까지 영역을 넓히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이자 전 부인 니콜 키드먼이 출연한 <디 아더스>도 그가 제작한 영화. <바닐라 스카이>를 택한 이유는 <제리 맥과이어>를 함께 만든 카메론 크로 감독과 차기작을 찾던 무렵 <오픈 유어 아이즈>를 보고 “아드레날린이 넘치는 느낌”을 받았고,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러브 스토리를 독특하게 해석”한 점에 매혹당했기 때문이라고.

톰 크루즈를 사로잡은 여인, 페넬로페 크루즈는 남국의 태양처럼 열정적인 눈빛과 대조적으로 차분한 표정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배우. 비가스 루나의 <하몽하몽>(1992)에서 도발적인 여인 실비아로 등장, 관능과 열정을 겸한 아름다움으로 스타덤에 오른 그녀에게는 ‘마드리드의 마돈나’, ‘스페인의 마녀’ 등 대조적인 애칭이 따라붙었다. 페르난두 트루에바 감독의 <아름다운 시절>(1992),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라이브 플레쉬>(1997), <내 어머니의 모든 것>(1999) 등을 통해 스페인을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잡은 그녀는 할리우드의 초대도 거절하지 않고 스티븐 프리어즈의 <하이로 컨추리>(1998), 빌리 밥 손튼의 <올 더 프리티 호스>(2000) 등도 필모그래피에 올려놓았다. <오픈 유어 아이즈>에 이미 소피아로 출연했던 페넬로페 크루즈는 <바닐라 스카이>에서 동일한, 그러나 또다른 순수한 여인 소피아를 다시 한번 연기했다. <바닐라 스카이>는 부러울 것 없이 ‘완벽한’ 삶을 살던 남자가 교통사고를 당한 뒤 꿈과 현실이 교차되는 혼돈 속에서 자신을 찾아간다는 내용의 스릴러. 카메론 크로 감독은 원작의 스토리 라인에 충실하면서도 데이빗과 소피아의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로맨틱스릴러로 조금 방향을 틀었다.

1박2일이라는 짧은 일정 동안 수많은 매체들과의 인터뷰, 기자회견에 이어 COEX에서 열린 관객과의 만남을 갖는 등 강행군을 한 톰 크루즈 일행은 16일 오전, 곧바로 다음 목적지인 대만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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