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가 왔다. 신작 <바닐라 스카이>와 연인 페넬로페 크루즈를 안고서. 코트깃을 절로 여밀 만큼 겨울바람이 매섭던 지난 12월15일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시각,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바닐라 스카이> 홍보차 한국을 찾아온 배우 톰 크루즈와 페넬로페 크루즈, 감독 카메론 크로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200여명의 취재진이 기다리는 가운데 <바닐라 스카이> 주제가가 울려퍼지면서 페넬로페 크루즈를 앞세우고 감독 카메론 크로, 톰 크루즈가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서로의 어깨에 팔을 올린 채 나란히 서서 포즈를 취한 뒤, 자신의 얼굴을 전면에 내세운 <바닐라 스카이> 대형 포스터를 배경으로 자리에 앉은 톰 크루즈는 특유의 쾌활한 미소를 지으며 “감사합니다”라는 한국어 인사말로 입을 열었다. 편당 출연료 2천만달러짜리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라는 타이틀이 주던 거리감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약 1시간 동안 한꺼번에 두어개씩 질문이 쏟아졌지만, 톰 크루즈는 어떤 질문에도 미소를 띠며 대답하는 등 편안하고 능숙하게 회견을 이끌었다. 간간이 재치있는 농담을 던지면서.
개봉 전부터 <바닐라 스카이>가 뜨거운 소문의 진원지였던 가장 큰 이유는 알려져 있다시피, 니콜 키드먼과 헤어진 톰 크루즈의 품에 새롭게 안긴 스페인 출신 여배우 페넬로페 크루즈가 나란히 출연했다는 사실. 회견장에서도 두 사람에 대한 질문은 빠지지 않았다. “페넬로페 크루즈는 아름답다. 그녀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톰 크루즈는 “아름답다는 데 동의한다. 가장 예쁜 건 그녀의 마음(spirit)”이라고 답해 연인에 대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지금 한국의 영화시장은 경쟁이 치열한데 제작자로서 <바닐라 스카이>에 대해 어떤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즉각 “우리가 여기에 이렇게 왔잖은가”라고 되받아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80년대 청춘스타로 출발, <탑건> <제리 맥과이어> <미션 임파서블> 등을 거치며 최고의 흥행배우로 군림하고 있는 톰 크루즈는 <미션 임파서블> 이후 제작자로까지 영역을 넓히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이자 전 부인 니콜 키드먼이 출연한 <디 아더스>도 그가 제작한 영화. <바닐라 스카이>를 택한 이유는 <제리 맥과이어>를 함께 만든 카메론 크로 감독과 차기작을 찾던 무렵 <오픈 유어 아이즈>를 보고 “아드레날린이 넘치는 느낌”을 받았고,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러브 스토리를 독특하게 해석”한 점에 매혹당했기 때문이라고.
1박2일이라는 짧은 일정 동안 수많은 매체들과의 인터뷰, 기자회견에 이어 COEX에서 열린 관객과의 만남을 갖는 등 강행군을 한 톰 크루즈 일행은 16일 오전, 곧바로 다음 목적지인 대만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