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선과 악의 경계를 묻는 작품 <악인>
2010-10-11
글 : 정재혁

<악인> Villain
이상일/일본/2010년/139분/아시아영화의 창

나가사키 어촌에 사는 남자 유이치(쓰마부키 사토시)는 혼자다. 함께 술을 마실 친구도 사랑을 나눌 여자도 없다. 유일한 취미라고는 미친 듯 속력을 내 드라이브를 하는 정도. 찬바람 가득한 일본 북쪽 마을에 사는 그는 마치 모든 감각이 얼어붙은 사람 같다. 사가의 양복집에서 일하는 여자 미츠요(후카쓰 에리) 역시 유이치와 닮은꼴이다.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지만 그녀의 창백한 얼굴은 기쁨도 슬픔도 저버린 것 같다. 그리고 이 둘이 만난다. 채팅 게시판에서 몇 마디 주고받은 둘은 허름한 러브호텔에서 몸을 섞는다. 고독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다.

요시다 슈이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악인>은 선과 악의 경계를 묻는 작품이다. 차가운 일상을 닫고 사랑의 문을 연 순간 유이치는 자신이 살인자임을 고백한다. 미츠요를 만나기 이전 같은 게시판에서 만난 여자를 그는 우발적으로 살해했다. 이후 영화는 유이치의 과거, 그리고 그의 주변인물을 통해 무엇을 악이라 부를 수 있을까를 질문한다. 살인자의 가족, 죄를 벗어난 용의자, 피해자의 가족 이야기 등 유이치의 심정 묘사보다 그의 울타리를 통해 메시지를 던지는 식이다. 올해 몬트리올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후카쓰 에리, 무표정한 얼굴로 이전과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 쓰마부키 사토시의 연기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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