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해> Ashamed
김수현 / 한국 / 2010년 / 129분 / 뉴 커런츠
사랑의 감정을 헤집어 들어갈 때, 집히는 단 하나. 창피함은 모든 사랑의 시발이자, 끝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창피하고, 누군가와 사랑할 때 그게 들키는 게 창피하며, 그리고 그 사랑이 끝났을 때 창피하다. 김수현 감독의 <창피해>는 다각도로 풀어본 사랑의 실체다. 소매치기 지우(김꽃비)와, 백화점 점원 지우(김효진), 다른 이유지만 삶에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둘에게 어느 날 닥쳐 온 사랑의 여파는 크다. 둘을 하나로 묶은 수갑으로 인해, 감정은 육체로 전이되고, 또 그 몸의 기억은 혼란스러울 정도로 온 감정을 뒤흔든다.
전작 <귀여워>로 한 여자를 둘러싼 남자들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풀어냈던 김수현 감독이었다. 무려 7년 만이다. 그간의 침묵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듯, 여자들을 둘러싼 감정의 여파를 기록하는 감독의 필체는 더할 나위 없이 강렬하다. 추억을 쫓아가던 기억이 과거를 헤집고, 과거를 파헤치던 기억은 어느새 판타지와 연결되는 식이다. 전작에서 선보였던 현실과 마술적 리얼리즘의 색채는 영화의 독특한 촬영과 맞물려 기록된다. 그 결과, 경계는 무너지고, 규정은 무의미해지며, 설명은 두서없어진다.
그러니, 단순히 자신을 ‘이타적 자아’라 지칭하는 후반부의 동성애 장면의 수위만으로 이 영화의 에너지를 표현하는 건 역부족이다. 섣부른 판단으로 기록하는 대신, <창피해>는 인물들의 이상 감정에 감상을 내맡기는 게 더 알맞을 영화다. 다행히도 김효진, 김꽃비 두 배우는 적절한 안내자가 되기에 충분한 연기를 표현해낸다. 적은 예산으로 메운 비주얼적인 단점이 보안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창피해>가 던진 문제적 메시지의 크기는 확실히 그걸 뛰어넘는 만족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