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씨네스코프] 영화로 되돌아온 ‘개구리’ 소년들
2010-10-12
글 : 이주현
사진 : 최성열
<리턴> 이후 3년 만에 메가폰 잡는 이규만 감독의 <아이들…> 촬영현장
집에 들어오자마자 강지승이 가방을 휙 던지고 침대에 쓰러지듯 눕는 장면. 콘티에는 ‘전체적으로 날카로운 느낌의 촬영’이라고 적혀 있다.

“<아이들…>에는 감정신 아닌 게 하나도 없어요.” 현장에서 만난 <아이들…>의 엄주영 PD는 대뜸 이렇게 얘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들…>은 민감한 실화를 다룬다. 1991년 3월, 도롱뇽을 잡으러 간다고 집을 나선 5명의 아이들은 2002년 9월, 유골이 되어 돌아왔다. 유골은 아이들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묻혀 있었다. 공소시효가 끝나 끝내 범인을 잡지 못하고 사건은 종결됐다. <아이들…>은 방송국 PD인 강지승(박용우)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은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을 들춘다. “사건을 조사하던 초기엔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에 빠졌을 정도로 가슴이 쿵쾅거렸다. (웃음)” <리턴> 이후 이규만 감독은 3년간 <아이들…>의 시나리오 작업에 몰두했다. “사건이 갖고 있는 에너지가 너무 커서, 감독으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시작됐고, 촬영은 종반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10월3일, 경기도 남양주종합촬영소 제6스튜디오. 그곳에선 <아이들…>의 55회차 촬영이 진행되고 있었다.

오전부터 지승과 그의 아내 진영(박서연)의 집 세트 촬영이 이어졌다. 잘나가던 다큐멘터리 PD 지승은 징계를 받아 대구로 가게 된다. 지승은 “대구 간다, 나”라는 말을 진영에게 툭 던지고 침대에 털썩 눕는다. “저, 괜찮아요? 액션이 아까랑 조금 다른데. 프레임 벗어나고 그랬는데.” 지승 역의 박용우가 이규만 감독의 오케이 사인에 고개를 갸웃하면서 “감독님은 내가 제일 이상할 때 오케이해버린다”며 웃는다. 이규만 감독은 “어차피 진영의 바스트 숏 위주로 찍은터라, 지승의 감정과 액션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감독님이랑 쓸데없는 이야기부터 중요한 이야기까지 대화를 많이 한다. 타협하면 서로 감정은 덜 상하겠지만 작품이 잘 안 나오겠지. 이번 영화에선 즐거운 대화 방식으로 싸우기 때문에 서로 마음 상하지 않고 극단까지 갈 수 있다. 이렇게 작업이 즐거웠던 기억은 전에 없었다.”(박용우) 이날 현장엔 황우혁 교수 역의 류승룡이 깜짝 방문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2011년 초, 관객을 찾아갈 예정이다.

박용우보다 한참 연기 후배인 진영 역의 박서연은 촬영장에서 살짝 긴장한 듯 보였다. 이규만 감독은 그런 그에게 “편안하게”를 외쳤다.
이야기 자체가 민감하다보니 이규만(오른쪽) 감독은 “오프 더 레코드”를 자주 요청했다. 관객이 “영화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만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그의 말을 믿고, 개봉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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