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애처로운 유머와 안타까운 현실 <피노이 선데이>
2010-10-13
글 : 강병진

<피노이 선데이> Pinoy Sunday
호위딩/대만, 필리핀, 일본, 프랑스/2009년/84분/아시아영화의 창

대만에서 일하는 필리핀 노동자인 마누엘과 다도의 삶은 낭패의 연속이다. 그들이 꿈꿀 수 있는 건 퇴근 뒤의 안락함이 유일하다. “푹신한 소파에 앉아 그녀와 여름밤의 하늘을 보며 맥주를 마신다고 상상해봐!” 그러던 어느 일요일, 두 사람은 길거리에 버려진 빨간색 가죽소파를 발견한다. 문제는 이 소파를 집까지 운반하는 것이다. 트럭을 빌리기는 돈이 부족하고, 버스로 옮기려 하니 태워주지 않는다. 할 수 없이 그들은 크고 무거운 소파를 직접 들고 가기로 결심한다. <피노이 선데이>는 이들의 ‘뻐근한’ 일요일을 쫓아가는 영화다. 소박한 바람이 좌충우돌 소동극으로 변해갈 때, 애처로운 유머와 안타까운 현실이 드러난다. 영화는 마누엘과 다도뿐 아니라, 그들이 사랑하는 두 여인의 비정한 현실까지 비춘다. 두 남자에게 그녀들은 다가서고 싶은 아름다운 여성이나, 어디까지나 같은 이주노동자인 그녀들 또한 밤새워 일하고, 누군가의 정부가 되어야만 살 수 있다. 유머러스한 행복찾기로 볼 수 있지만, 무엇을 원하든 그 소망이 고통이 되는 현실을 지적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냉정해 보이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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