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살인마로 변신한 꽃미남, 그래도 여전한 꽃미남
2010-10-13
글 : 이화정
<악인>의 쓰마부키 사토시

악은 어디에서 오는가? 이상일 감독의 <악인>은 평범했던 한 남자가 사회적 악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인간의 내면을 집요하게 묻는 작품이다. 쓰마부키 사토시는 <워터 보이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보여준 예의 해맑은 청년의 이미지를 걷어내고, <악인>의 살인범 유이치로 분한다. 선과 악을 오가는 디테일한 표정 연기, <악인>의 유이치는 배우 쓰마부키의 새로운 전환점이다. 사뭇 달라진 역할로 변신한 그가 부산국제영화제에 깜짝 방문했다. 이상일 감독과, 주연배우 후카쓰 에리가 동석한 공동기자회견. 캐릭터는 달라져도 그의 천진한 미소는 그대로다.

-기존의 풋풋한 이미지와 다른 어두운 살인범 연기에 도전했다.
=이번 작품은 처음으로 나 스스로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서 참여한 작품인 만큼 의미가 남다르다. 유이치는 실제 내 성격과는 정반대의 인물이다. 그가 지닌 어두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스스로를 해체하는 작업을 거쳐야 했다. 그 과정에서 나를 추궁하고 닦달해야 하는 하드한 연기였다. 정신적으로 힘들었지만, 내가 가진 최대한의 역량을 끌어냈다는 점에선 만족한다.

-유이치를 연기하게 만든 동력은 무엇인가.
=요시다 슈이치의 원작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감동적이라는 정도의 표현만으론 모자라다.‘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이런 작품을 영화로 만들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특히 유이치는 내게 없는 모습을 많이 담고 있는 캐릭터였다. 나 스스로, 내 다른 모습을 보고 싶었다.

-영화의 상당부분이 인물의 내면을 표현하기 위한 클로즈업 장면에 할애된다.
=그런 연출에 대해선 거의 의식하지 않았다. 이번 역할을 하면서 내가 어떻게 찍히는 것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유이치라는 인간을 어떻게 살리느냐가 관건이었다. 감독님을 믿고 연기에만 열중했다.

-이상일 감독과는 <식스티 나인> 이후 두 번째 작업이다.
=당시 이상일 감독이 29살이었다. 그러니 난 더 어릴 때다 (웃음). 그땐 하드한 스케줄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젊음의 파워, 기세 같은 게 있었다. 이상일 감독은 타협 없이 자신이 추구하는 걸 끝까지 밀어붙이는 연출자고, 그 부분을 나와 함께 공유해 주었다. 그 결과 배우가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영화 안에서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이번 영화도 이상일 감독님이라면 믿고 할 수 있겠다, 안심이 들었다. 그와 함께하지 않았다면, 이번 영화에서의 변신도 힘들었을 것 같다.

-후카쓰 에리와는 <매직아워>때도 함께했다.
=드라마도 함께 작업했었다. 이번 역할은 내게도 도전이라 나 스스로 어떤 연기를 할지 몰라, 사전에 부탁을 드렸다. 베드신이나 목을 조르는 장면 같은 하드한 장면이 많았는데 포용력 있게 받아줬다. 존경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

-한국에선 여전히 일본을 대표하는 대표적 꽃미남 배우로 알려져 있다.
=아직까지 그렇게 불러주신다니 감사할 따름이다. 앞으로도 꽃미남으로 불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결국 인터뷰는 꽃미남 이야기로 끝나게 된 건가 (웃음).

사진 박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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