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의 나이차는 잠시 잊자. 박신혜와 송창의가 동갑내기 첫사랑으로 만났다.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창작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감독 한혜진, 안재훈)에서 두 사람은 고등학생 이랑(박신혜)과 철수(송창의)를 목소리 연기했다. 배경은 프로레슬러 김일이 박치기하던 시절인 1970년대. 줄거리는 여느 성장드라마와 비슷하다. 지는 것이 두려워 달리기를 하지 않게 된 이랑이 자신감 넘치는 친구 수민과 어울리면서 지나치게 위축된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걷어나간다. 또, 전파상에서 우연히 만난 철수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처음 느껴본다. <소중한 날의 꿈>은 이렇게 한 뼘씩 성장하는 이랑과 개발되기 전의 아름다운 옛 풍경이 어우러진 순수한 애니메이션이다.
“이야기의 순수함”이 박신혜와 송창의의 마음을 움직였다. 송창의는 “처음에는 실제 나이보다 훨씬 어린 철수를 연기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면서 “창작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느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송창의에게 철수가 학창시절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작업이었다면 박신혜에게 이랑은 지난해 일기장을 꺼내 보는 작업이었다. 박신혜는 “(이랑이는) 내 얼굴이 저렇게 생겼나 싶을 정도로 많이 닮았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얼굴, 행동 대신 목소리만으로 인물이 되는 것”은 목소리 출연이 처음인 두 사람에게 고된 작업이었다. 박신혜는 “단순히 입모양만 맞춘다고 되는 게 아니”라며 “목소리로 관객을 설득할 수 있어야하는데, 녹음을 하는 내내 ‘잘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계속 던져야 했다”고 털어놓는다. 이미 오래 전에 변성기가 지난 송창의 역시 “목소리 톤이 고민”이었다. 결국 송창의는 “실제 목소리보다 높은 톤으로 말하라"는 감독의 주문을 받아들였다. 3차례에 걸친 녹음 작업은 힘들었지만 두 사람은 “목소리가 애니메이션으로 입힌 채로 나오는 스크린을 보면 기분이 묘하더라”고 입을 모은다. 박신혜와 송창의에게 <소중한 날의 꿈>은 흥미로운 도전이었음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