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의 자리는 명확해 보인다. 아직 쓰촨 대지진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만들어진 ‘감동 대작’ 혹은 국가적 자긍심을 고취하는 이른바 ‘홍색(紅色) 블록버스터’, 그리고 홍콩영화계까지 아울러 막대한 CG와 특수효과가 투여된 최근 ‘중화 블록버스터’의 연장선에 있다. 실제로 올해 7월 중국에서 개봉한 <대지진>은 각각 이전 최고 흥행기록을 가지고 있던 자국영화 <건국대업>, 외국영화 <아바타>의 흥행기록까지 갈아치웠다.
1976년 중국 탕산. 어린 쌍둥이 팡떵과 팡다는 대지진 속에 극적으로 살아남지만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단 한명만 살 수 있는 상황에 처한다. 그 가혹한 운명의 순간, 어머니(쉬판)는 결국 아들인 팡다의 목숨을 선택한다. 하지만 며칠 뒤 죽은 줄로만 알았던 팡떵이 다른 구조대에 발견된다. 세월이 흘러 1986년, 지진 사고로 한쪽 팔을 잃은 팡다(리천)는 돈을 벌기 위해 탕산을 떠나고 팡떵(장징추) 역시 대학 진학을 위해 항저우로 떠난다.
지진 이후 아버지는 죽었고 힘들게 선택한 아들은 장애인이 됐으며, 그 죄책감으로 어머니는 평생 같은 집에서 홀로 산다. 탕산과 쓰촨 지진으로 이어지는 비극의 순환 속에서 그것을 용서하는 것은 죽었다고 여겨지던 딸이다. 펑샤오강은 영화 속 남매의 엇갈린 운명을 통해 중국 정부가 1978년부터 강력하게 추진했던 ‘한 자녀 갖기’ 정책에 대한 트라우마에 대해 얘기하는 것 같다. 말하자면 그것은 영화 속 어머니뿐 아니라 지난 30여년간 중국인 모두가 직면했던 문제다. <대지진>은 할리우드식 재난 블록버스터와의 결합이지만 그 속을 채운 건 지극히 중국적인 정서의 비극과 화해의 자세다. 펑샤오강은 변함없이 관객을 쥐었다 풀었다 하며 눈물을 쏟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