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앤덴]
[now & then] 심혜진
2010-11-17
글 : 강병진

아무로 나미에 이전에 심혜진이 있었다. 지금의 코카콜라 CF는 땀과 열정을 이야기하지만, 1980년대 중반 그녀가 출연한 CF는 세련된 도시문화의 상징으로 콜라를 내세웠다. 점심시간을 맞은 현대 직장여성이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CF 속 심혜진은 투피스 정장과 지적인 안경을 쓰고 콜라를 마셨다. 말하자면 차도녀의 원조라고 할까. ‘콜라 같은 여자’로 수식되던 그녀는 이어 영화 <결혼 이야기>로 신세대 주부의 시대를 알렸고, 이후 <박봉곤 가출사건> <은행나무 침대> <초록물고기> 등을 통해 배우로 입지를 다졌다.

그녀가 진짜 아내와 엄마를 연기한 건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와 드라마 <돌아와요, 순애씨>부터다. 20대부터 40대까지 언제나 대한민국 아가씨, 아줌마들의 자아발견을 선도했던 심혜진은 이제 <페스티발>의 SM마스터 순심을 통해 “지옥에 갈지라도” 자기 안의 성적 욕망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한국영화와 드라마에서 언제나 앞서갔던 ‘언니’가 심혜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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