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페셔널]
[프로페셔널] 보고 또 보면 색의 감각이 생긴다
2010-12-14
글 : 김성훈
사진 : 오계옥
CJ 파워캐스트의 D.I. 컬러리스트 강상우 실장

“일도 잘하고 어려운 것도 친절하게 알려줘요.” 홍경표 촬영감독의 촬영팀에 D.I. 컬러리스트 한명을 추천해달라 부탁했더니 CJ파워캐스트의 강상우 실장을 꼽으면서 돌아온 대답이다. 그런데 D.I.(Digital Intermediate) 컬러리스트가 뭐냐고? 쉽게 말해 색보정 기사로, 후반작업에서 촬영감독과 함께 촬영한 영상의 색감, 톤 등 색과 관련한 모든 부분을 보정, 조정하는 일을 한다. 최근 디지털로 작업하는 작품이 많아지면서 D.I. 컬러리스트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최근 <포화속으로> <페스티발> 등을 작업했고 현재 김윤진, 박해일 주연의 <심장이 뛴다>의 D.I. 작업을 하고 있는 강상우 D.I. 슈퍼바이저에게 D.I. 컬러리스트에 대해 자세하게 물어봤다.

-D.I. 컬러리스트가 하는 일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흔히 말하는 색보정 작업이다. 촬영 전 촬영감독과 함께 시나리오 분석은 물론이고, 카메라 세팅값, 노출값을 체크한다. 이야기에 맞는 색감을 원본에 담아올 수 있도록 하는 테스트다. 후반작업에서 영화의 전체적인 색감, 밝기 등을 보정하고, CG팀으로부터 CG작업이 완료된 소스를 넘겨받아 전체적으로 톤이 튀지 않도록 맞춘다. 필름 작업을 주로 하던 예전에는 테스트 과정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디지털카메라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카메라가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될 때마다 컬러리스트들은 변하는 데이터값을 신경써야 한다. 우리 회사가 사전 테스트를 D.I. 슈퍼바이저가, 색보정을 컬러리스트가 담당하는 시스템으로 갖춘 것도 좀더 전문적으로 색을 다루기 위함이다.

-색은 절대값이 없다. 촬영감독이 원하는 색감을 어떻게 정확히 알 수 있나.
=D.I. 작업에서 상대방과 의사소통이 가장 중요한 것도 그래서다. 어떤 사람은 녹색 톤을, 또 어떤 사람은 노멀한 색감을 더 선호한다. 나도 어떨 때는 브라운 계통을, 또 어떨 때는 녹색 계통을 더 좋아한다. 이처럼 색은 정답이 없다. 상대방이 원하는 색, 색감을 빨리 파악해서 그것을 반영할 줄 알아야 한다.

-최근 파워캐스트가 작업한 <페스티발>과 <초능력자>의 색은 어떻게 접근했나.
=<페스티발>은 장르가 섹스코미디라 원색 톤을 통해 발랄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원색은 최근 한국영화에서 잘 볼 수 없었던 톤이다. 스릴러인 <초능력자>는 전체적으로 차갑고 묵직한 색감을 강조하려고 했고.

-처음으로 작업한 장편영화인 <각설탕> 때는 시행착오가 많았겠다.
=<각설탕> 작업 전에 1년 정도 테스트 기간이 있었다. 당시 직장이었던 세방현상소에서 다수의 단편, 독립장편영화들을 작업했다. 그때는 색보정을 배울 곳이 없었다. 현상소에 있는 여러 소스를 가지고 혼자서 연습하거나 색보정 관련 해외 웹사이트를 통해 지식을 얻곤 했다.

-<각설탕>을 다시 보면 기분이 어떤가.
=아쉬운 부분이 있다. 기술적인 것보다 색과 관련한 문제다. 색도 유행을 타고 기본적인 흐름 같은 게 있는데, 그때는 안목이나 센스가 부족했던 것 같다. 선배들이 ‘무조건 많이 보라’고 하는 것도 센스를 기르기 위함이다. 컬러리스트는 경력을 무시할 수 없는 직업이다.

-컬러리스트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현재 색을 가르치는 학과나 학원이 없다. 중요한 건 일에 대한 열정과 색을 보는 감각이다. 우리 회사는 메인 컬러리스트가 3명, 어시스트가 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컬러리스트를 양성해야 하는 상황인데, 시간이 수년 걸리는 일이다. 어시스트는 파일 관리, 편집부터 시작한다. 물론 결원이 생겨야 인원을 충원한다. 2명의 어시스트는 모두 2~4년 차인데, 아직도 열정이 대단하다.

-최근 본 영화 중 D.I. 작업이 훌륭했던 작품을 꼽아달라.
=한국영화 중에서는 우리 회사에서 작업한 <페스티발> <초능력자>가 훌륭하고. (웃음) 할리우드영화는 <소셜 네트워크>와 <어톤먼트>가 떠오른다. <소셜 네트워크>는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안정된 색감을 유지한다. 채도가 크지 않고 색감도 풍부하다. <어톤먼트>는 촬영, 미술, 색보정 삼박자가 잘 맞물려 작용하더라.

-아무리 색보정을 정확하게 하더라도 극장상영 시스템이 표준화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그게 컬러리스트가 살아남기 위한 가장 큰 문제다. 최근 3D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상영 스크린이 매트스크린에서 실버스크린으로 바뀐 극장이 많다. 실버스크린의 가장 큰 단점은 정면으로 보이는 부분만 밝다는 것이다. 밝은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과의 밝기 차이가 심해서 좌절을 많이 한다. 개봉 때마다 컬러리스트들이 최대한 많은 극장을 찾아가 일일이 체크해야 한다.

-개인적인 목표가 있나.
=올해 회사가 처음 생겨서 이런저런 어수선한 부분들이 있었는데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아 다행이다. 개인적인 목표보다 팀의 목표인데 D.I. 분야만큼은 ‘아시아 넘버1’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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