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피트 포스틀스웨이트] 눈빛이 강렬했던 아버지의 죽음
2011-01-10
글 : 김성훈
세상을 뜬 <아버지의 이름으로>의 피트 포스틀스웨이트

“죽음이 눈앞에 있는데 위로하지 말거라. 네 엄마를 남겨두고 가는 게 두려워.”
누구보다도 강하다고 믿었던 아버지(피트 포스틀스웨이트)의 입에서 나온 의외의 말에 아들(대니얼 데이 루이스)은 순간 흔들렸다. “그런 말 마세요. 아버진 안 죽어요”라는 아들의 걱정에 아버지는 “넌 내 말을 중간에 끊지 마라”라고 단호한 경고의 눈빛을 보낸다. 정치적으로 혼돈의 시기였던 1970년대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한 영화 <아버지의 이름으로>(1993)에서 아들과 함께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하는 아버지는 죽음의 순간에서도 단단했다. 이 역할로 그해 오스카 남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됐던 영국산 명배우, 피트 포스틀스웨이트가 1월2일(현지 시각) 영국 슈롭셔 지역 병원에서 암투병 도중 세상을 떠났다. 향년 64살.

되돌아보면 그는 늘 우직하고 믿음직스러운 아버지였다. 1992년 영국 보수당 정권의 폐광 정책으로 인심이 흉흉한 탄광촌에 밴드 음악을 통해 생기를 불어넣었고(<브래스드 오프>(1997)), 무시무시한 공룡들로 가득한 쥬라기 공원에서 일행들을 위해 이성적이고 현명한 선택을 내리기도 했다(<쥬라기 공원2: 잃어버린 세계>(1997)). 특히 <쥬라기 공원2: 잃어버린 세계> 현장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피트 포스틀스웨이트의 강인한 눈빛을 보고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믿음직한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라는 호평을 내렸다고 한다. 때때로 짧은 시간이지만 사건의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미스터리한 인물을 연기하기도(<유주얼 서스펙트>(1995)의 변호사 고바야시 역).

최근에는 <인셉션>(2010), <타운>(2011) 등에 출연하면서 마지막까지 연기에 혼신의 힘을 쏟은 그였다. 특히 <타운>은 1월27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어 벌써부터 피트 포스틀스웨이트가 그리울 것 같다. 담배를 멋들어지게 피우던 그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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