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우주국(NASA)의 이름이 그 어느 때보다 자주 신문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국가 예산 압박 때문에 성급하게 발표한 것으로 비난받는 ‘비소를 먹고사는 슈퍼미생물’이라든지 2012년에 지구로 접근할 거대 외계 우주선의 존재를 확인해 달라는 요청에 시달리는 등 갖가지 내우외환으로 떠들썩하다. 그런 NASA가 이번엔 할리우드쪽으로 화살을 돌렸다. NASA에서 자체적으로 선정한 ‘지금까지 가장 멍청하고 과학적으로 흠결 많은 영화’ 명단이 발표됐는데, 영예의 1위는 롤랜드 에머리히의 <2012>가 차지했다.
NASA ‘지구근접소행성 랑데부 계획’(Near Earth Asteroid Rendevous)팀의 도널드 예먼스는 “<2012>는 ‘나쁜 과학’을 보여주는 아주 예외적이고도 특별한 예”라고 단호하게 밝혔다. “감독은 이른바 세계 종말의 근거로 고대 마야인의 예언을 끌고 온다. 2012년 12월21일 이후의 달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소문을 믿는 대중의 근심을 악용한 것이다.” 영화 속 묘사와 달리 실상 태양 폭발과 중성미자, 허리케인, 지진, 쓰나미 사이의 상관관계는 물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긴밀한 상호작용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한다. “지구는 지난 40억년 동안 무사했다. 그리고 전세계의 믿음직한 과학자들은 2012년에 관련된 어떤 특별한 위협의 조짐도 감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NASA는 <2012>가 2009년 말에 개봉한 이래 전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양의 이메일과 전화 폭주 업무로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우리는 그 마야인의 신화를 반박하는 별도의 웹사이트를 만들어야만 했다. 예전엔 이런 일을 겪은 적이 한번도 없었다.”
불충분한 근거로 마구 만들어진 다른 영화로는 <투모로우> <여섯번째 날> <체인 리액션> <코어> <볼케이노> <아마겟돈>과 다큐멘터리 <블립> 등이 꼽혔다. <블레이드 러너> <쥬라기 공원> <가타카>는 칭찬받은 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