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페셔널]
[프로페셔널] 현장경험은 교단에서도 통한다
2011-02-15
글 : 김성훈
사진 : 백종헌
한국문화영상고등학교 영상디자인부 교사 변건우

불황에는 ‘교사처럼 안정된 직업이 인기’라는 말이 있다. 영화산업이 어려워진 지금은 연극영화과 졸업생들이 현장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다. 최근 연극영화과에서 ‘교직이수’ 바람이 부는 것도 그래서다. 단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경계>(2007) 연출부, <킹콩을 들다>(2009) 연출부 지원을 거친 변건우 교사도 교직이수의 수혜자 중 한명이다. 공교롭게도 인터뷰를 한 날은 결혼식(2월12일)을 5일 앞둔, 그래서 결혼식 준비하느라 한창 바쁠 때였다. 새신랑 될 선생님에게서 ‘영화교사’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연극영화과 출신이다. 보통 학생들은 영화감독이 되려고 하지 않나.
=단국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할 때부터 교사가 되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를 가르치고 싶었다. 제대하고 나서 2학년 1학기에 복학했을 때 교직이수를 신청했다. 자격요건은 학과 정원의 10% 내에서 성적순으로 선발한다. 내가 02학번인데, 나보다 윗학번 세대들은 교직이수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고 하더라. 선배들은 현장에 나가는 데만 관심이 있었다. 영화산업이 어려워지면서 요즘 연극영화과 학생들은 대부분 교직이수를 신청한다고 들었다. 경쟁률도 그만큼 치열하다.

-교직이수를 신청한 뒤 교사가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
=교직이수 과정은 교육학 관련 과목들을 각 2학점씩 총 14학점을 이수해야 하며, 연극영화 교육론을 연구하는 과목 각 2학점씩 총 4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 ‘영화’를 배우는 게 아니라 ‘영화를 어떻게 가르칠지’를 배우는 거다. 4학년 1학기가 되면 교생실습을 나간다. 실습을 원하는 학교에 신청서를 제출한 뒤 해당 학교로부터 허락을 받으면 한달 동안 수업을 참관할 수 있다.

-교생실습 때 기분이 어땠나.
=처음에는 많이 긴장했다. 교생실습은 내가 수업을 하는 게 아니다. 수업 참관을 통해 학교라는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배우는 과정이다. 그나마 나는 모교인 안양예고에서 실습을 받아서 편했다. 교생실습을 마치면 교사 자격증이 나온다. 졸업한 뒤 안양예고에 교사를 지원했고 <킹콩을 들다>(2007) 연출부에 들어갔다. 촬영하던 중 학교로부터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안양예고 영화과 교사로 취직했다. 이후 지난해 초 현재 재직 중인 한국문화영상고등학교 영상디자인부 교사로 들어왔다.

-현재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과목은 뭔가.
=안양예고 때는 ‘영화장르’, ‘영화연출’, ‘사진’ 등 영화 전반에 관한 것들을 가르친 반면 지금은 ‘촬영조명실습’ 과목을 맡고 있다. 이 밖에도 ‘디지털영상제작’, ‘시나리오’, ‘드라마제작실습’ 등 영상 전반에 걸친 분야를 가르치고 있다. 방과 뒤 수업 때는 아이들에게 단편영화 만드는 것을 지도한다. 매년 한 학년에 15~20작품씩 제작된다.

-<킹콩을 들다>뿐만 아니라 장률 감독의 <경계>(2007) 연출부 출신이기도 하다. 현장 경험이 수업을 하는 데 영향을 끼치나.
=현장 경험이 있고, 없고에 따라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진행해야 할 것인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게 효율적인가, 촬영이 끝나면 현장을 정리하는 순서 등 교과서에 없는 내용을 알려주면서 상황을 응용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한다. 이론수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아이들이 옆에서 영화 만드는 것을 보면 영화감독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나.
=교사가 됐다고 해서 영화감독의 꿈을 버린 건 아니다. 교사면서 영화감독이 될 수 있고, 영화감독이면서 교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노래는>(2007), <지구에서 사는 법>(2008)의 안슬기 감독처럼 말이다. 올해가 교사 2년차인데, 시나리오를 쓰는 등 나름 준비를 하고 있다. 다만 학교 수업이 끝난 뒤에 따로 준비하는 거라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학교생활에 고민도 많을 것 같다.
=내가 선생님이기 때문에 너희(학생)들이 나를 따라야 한다, 그런 생각을 가져서는 안된다. 아이들과 동등한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실천하는 게 참 어렵다. 교사들의 공통된 고민이 아닐까.

-올해 목표는 뭔가.
=좀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아이들의 재능을 더 끌어내주고 싶다. 당장 장편은 아니더라도 차근차근 준비해서 내 영화를 한편 만들고 싶다. 개인적인 목표도 있다. 5일 뒤에 결혼한다. 아직 신부한테 프러포즈를 못했는데 지면을 빌려 프러포즈를 하고 싶다. 사랑한다, 행복하게 살자, 영화 같은 삶을 살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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