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터뷰]
[주성철의 가상인터뷰] 오 맙소사 세상에 이럴 수가 하나님, 부처님, 알라시여…
2011-02-16
글 : 주성철
<127시간> 아론 랠스턴

아니 여기서 뭐하시는 거예요? 정신 좀 차리세요.
으으. 내가 도대체 여기서 얼마나 있었던 거죠? 아, 머리가 깨질 것 같아요. 목도 타 들어가고.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자, 여기 물 좀 마시고 정신 차려요. 이러다 죽어요.
아,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시 물 말고 콜라는 없나요? 맹물은 별로라서.

그런 건 없고요.(-_-;) 암튼 뭐라도 마시고 얘기 좀 해봐요. 어쩌다 이렇게 된 거예요? 이거 며칠은 된 거 같은데.
으음, 신나게 암벽을 타고 가다 굴러떨어진 거 말고는 기억이 안 나요. 암튼 일어나야죠. 어, 근데 이거 뭐야? 내 팔이, 내 팔이, 아아아아아악!

아악 정말 당신 팔이 여기 바위에 끼었어요. 어떡하죠? 이거 꼼짝도 안 하는데. 읏샤!
아 정말 큰일이네 이거. 나 어떡해요?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지. 맙소사, 하나님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겁니까. 저기요, 이거 보니까 우리 둘이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거 같아요. 어디든 빨리 가시는 대로 구조 요청 좀 해주세요.

음, 과연 그럴 필요가 있을까. 아직도 내가 누군지 정말 모르겠어? 네가 왜 이런 꼴을 당하게 됐는지 짐작 가는 게 없냐고!
어? 당신 누구야? 누구야! 내게 왜 이러는 거야?

하긴 알 턱이 없지. 너처럼 탐욕스럽고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은 이렇게 당해도 싸. 네가 토요일마다 트래킹을 하면서 여기를 꼭 지나간다는 걸 알고는 얼마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 왔는지 알아? 거의 매일 수백개의 바위를 떨어트리며 연습했어. 반반한 얼굴로 수십명의 여자를 유혹하더니 그중 한 여자를 기억 못하는군. 내 유일한 사랑이었던 그녀를 넌 무참히 짓밟았어.
뭐야, 난 아무 기억이 안 나! 제발 이러지 좀 마. 우리 좋게 말로 하자고. 돈이 필요해서 그래? 나중에 집에 가면 얼마든지 줄 테니 제발 좀 살려줘.

자, 여기 마지막으로 남겨져 있는 생수병과 캠코더, 산악용 로프와 칼은 내가 가져간다. 군만두는 원 없이 갖 다 줄테니 잘 지내도록 해. 뭐야, 이거 <올드보이> 찍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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