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도박사들은 판돈을 걸고, 제작사들은 캠페인에 수백만달러를 쏟고, 여배우들은 드레스를 가봉하는 동시에… 뼈를 깎는 단식을 시작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어김없이 오스카 시즌이 돌아온 것입니다. <씨네21> 기자들도 올해는 ‘오스카를 받을 것 같은 후보’와 ‘개인적으로 지지하는 후보’로 나누어서 투표를 해봤습니다(아래 도표 참조). 그리고 투표 결과를 토대로 올해 오스카 시상식 진행을 맡은 제임스 프랑코와 앤 해서웨이를 미래로 소환해 오스카 시상식을 미리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프랑코씨! 제임스 프랑코씨! 지금 어디 계십니까?
“네! 독자 여러분. 저와 해서웨이양은 지금 타임머신을 타고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2011년 2월27일의 미래로 이동 중입니다. 해서웨이양은 출출할 때 먹겠다며 셀러리 두쪽을 들고 왔네요. 사실 이게 간식거리가 아닙니다. 일주일치 식량이죠. 해서웨이양 요즘 오스카 드레스 가봉 중이거든요. 어어어어어어… 해서웨이양이 제 뺨을 때리기가 무섭게 타임머신이 흔들리는군요. 갑자기 트렌트 레즈너의 <소셜 네트워크>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드디어 미래에 도착한 것 같습니다!”
-앤 해서웨이(이하 앤) 미래에 도착한 것 같아요. 뭔가 음울하고 인더스트리얼한 사운드가 마구 들려오는 것이, 딱 SF영화에서 외계행성에 도착했을 때 흘러나오는 불길한 분위기네요.
-제임스 프랑코(이하 제임스) 팔을 움직일 수가 없어요. 팔이 미래의 바위에 끼었나봅니다. 저 바위는 제가 태어나서 배우가 되고 오스카 후보에 오르고 이 타임머신에 올라탈 때를 평생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겠지….
-앤 정신 차리세요. 프랑코씨가 시간여행을 하는 동안 한쪽 팔을 괴고 잠깐 졸았기 때문에 쥐가 난 것뿐이에요. 오바질은….
-제임스 죄송합니다. 제가 나름 <127시간>을 찍으면서 메소드 연기를 시도하려고 노력했는데 아직 연기에서 완전히 헤어나질 못해서.
-앤 프랑코씨는 크리스천 베일이 아닙니다. 호들갑 떠는 사이에 시상식이 이미 시작했네요. 어머. 저와 프랑코씨가 춤을 추고 있습니다. 미래로 와서 제 얼굴을 직접 보니 신기하네요.
-제임스 역시 저는 잘생겼습니다. 제2의 제임스 딘이라고 할 만하지 뭡니까.
-앤 닥치고 중계부터 해봅시다.
-제임스 첫 번째 수상부문은 여우조연상입니다. <킹스 스피치>의 헬레나 본햄 카터와 <더 브레이브>의 헤일리 스테인펠드가 가장 유력한 후보죠. 그런데 최근 <파이터>의 멜리사 레오가 여러 비평가협회상을 받으면서 삼파전의 양상을 펼치고 있습니다.
-앤 씨네리 기자들은 헤일리 스테인펠드와 헬레나 본햄 카터 중 한명이 상을 받을 거라 예상했고요, 기자들이 받았으면 하는 후보는 헤일리 스테인펠드입니다.
-제임스 왜 기자들은 헤일리를 미는 거죠?
-앤 들려오는 소문에 따르면 여자남자 할 것 없이 그 동네 기자들은 어리고 똑똑해 보이는 여배우를 편애한다는군요. 특히 편집장의 편애가 심각한 상황이랍니다. 기획회의를 할 때마다 “잡지 지면이 칙칙하니 인터뷰할 어리고 예쁜 여배우 찾아보라”며 기자들을 곤욕스럽게 한다는군요.
-제임스 기분 나쁜 얼굴이 아니시네요.
-앤 편집장이 제일 좋아하는 여배우가 바로 앤 해서웨이거든요.(방긋 웃는다)
-제임스 그런데 여우조연상은 원래 이변이 심한 부문이잖아요.
-앤 네, 맞습니다. 특히 여우조연상 부문은 노장 여배우들을 제치고 난데없이 등장한 신인 여배우가 수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나의 사촌 비니>의 마리사 토메이가 대표적일 겁니다. <잉글리시 페이션트>의 줄리엣 비노쉬가 로렌 바콜을 물리치고 상을 받은 건 거의 스캔들이었죠. 특히 이 부문은 어린 소녀배우에게 덜컥 상을 안겨주기로 유명합니다. <피아노>의 안나 파킨과 <페이퍼 문>의 테이텀 오닐을 생각해보세요. 하지만 오스카 심사위원들이 종종 후보에 오르고도 상을 못 받았으며, 팀 버튼의 아내이기도 한 헬레나 본햄 카터를 무시할 순 없겠지요.
-제임스 수상이 시작됩니다. 아! 수상자는 헬레나 본햄 카터입니다! 팀 버튼이 자리에서 일어나 눈물을 쏟으며 박수를 치고 있네요.
-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붉은 마녀 역도 좋았죠. 여튼 한국의 영화평론가 듀나는 슬프겠습니다. 트위터에 “헤일리 스테인펠드가 아카데미상을 받는다면 전 정말 기쁠 거예요”라고 올렸더군요.
남우조연상 안 주면 크리스천 베일이 불같이 화낼 거야
-제임스 다음은 의상상입니다. 씨네리 기자들은 <킹스 스피치>의 수상을 예측했고요, <아이 엠 러브>를 지지했습니다.
-앤 이 부문은 사극에 돌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 몇년간 수상작 리스트를 보세요. <마리 앙투아네트> <공작부인: 세기의 스캔들> <골든 에이지>…. 사극이 아닌 영화가 없잖아요.
-제임스 저는 <공작부인: 세기의 스캔들>이 아니라 <밀크>에 의상상이 돌아갔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70년대 샌프란시스코 게이들의 옷차림을 제대로 만드는 게 절대 대영제국 코스튬 만드는 것 보다 쉬운 일이 아니란 말입니다.
-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프랑코씨는 그 영화에서 제일 섹시했어요. 콧수염 다시 기르고 바지도 좀더 스키니한 나팔바지로 바꿔보세요. 아. 수상자가 발표됩니다. 역시 <킹스 스피치>에 돌아갔네요. 이로서 <킹스 스피치>의 작품상 수상을 예고하는 전주곡이 울리는 건가요.
-제임스 <킹스 스피치>의 갑작스러운 부상이 좀 석연치 않다는 기자들도 꽤 있습디다. 웨인스타인 형제가 막판에 오스카 캠페인을 진하게 밀어붙인 결과라는 의심이죠.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웨인스타인 형제의 돈부림 캠페인 덕으로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테렌스 맬릭의 <씬 레드 라인>을 제치고 작품상을 수상했던 1998년 오스카를 생각해보십쇼. 지금에 와서도 <셰익스피어 인 러브>를 걸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답니까.
-앤 아직은 몰라요. <킹스 스피치>가 많은 비평가상을 휩쓸긴 했지만 요즘 오스카는 의외로 용감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허트 로커>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작품상 수상은 정말 놀랠 노자였잖아요?
-제임스 미술상 수상작 발표가 이어집니다. 씨네리 기자들은 <인셉션>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둘 중 한편이 받을 것 같다고 예측했습니다. 그리고 수상작은… 역시 <인셉션>이네요.
-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같은 판타지영화에 미술상을 주는 것도 이젠 지쳤나봅니다. 이어서 바로 특수효과상 수상작을 발표하네요.
-제임스 수상작은 당연히 <인셉션>… 아니… 이게 웬일입니까.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히어애프터>가 가져가네요. 이건 씨네리 기자들의 예상과도 완전히 어긋나는 결과 아닙니까?
-앤 아주 예상밖의 결과는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히어애프터>에서 재현된 타이 쓰나미 장면은 이가 덜덜 떨릴 정도로 리얼하다는 평이 자자했죠. 가상의 공간을 창조하는 것보다는 실제 사건을 특수효과로 재현해 드라마에 삽입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더 힘든 일이기도 하고요.
-제임스 그렇군요. 그나저나 <127시간>이 왜 시각효과상에 오르지 못한 걸까요? 제가 소변 받아서 마시는 장면 보셨어요? 그 소변이 어찌나 레알한지… 촬영하면서도 진짜 제 소변을 마시는 걸로 착각했다니까요.
-앤 아깝네요. < MAN vs WILD >의 베어 그릴스처럼 진짜로 마셨더라면 남우주연상은 따논 당상이었을 텐데.
-제임스 다음은 남우조연상입니다. 씨네리 기자들의 예상은 <파이터>의 크리스천 베일, 지지하는 후보도 베일입니다. 하지만 <윈터스 본>의 존 호킨스와 <에브리바디 올라잇>의 마크 러팔로, <킹스 스피치>의 제프리 러시도 유력하죠.
-앤 제프리 러시는 <샤인>으로 주연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어서 좀 불안하고요, 베일과 러팔로 중 한명이 채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임스 수상자는… 크리스천 베일입니다! 사실 크리스천 베일은 출연작 모두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는데도 오스카와는 거리가 먼 배우였죠. 이번이 오스카 첫 지명이라는 게 믿어지십니까?
-앤 마침내 한을 푸는군요. 뭐랄까요. 베일씨는 ‘마지막 메소드 배우’의 아우라를 풍기잖아요. 이번 수상으로 불같은 성격도 조금 가라앉히면 더욱 좋겠습니다. 이번 <파이터> 현장이 ‘사이코 vs 사이코’로 유명했다죠. 감독인 데이비드 O. 러셀도 배우에게 욕하고 소리지르는 다혈질로 유명하거든요. 유튜브로 ‘I Don’t Heart Huckabees’라는 동영상 한번 찾아보세요. <아이♥허커비> 촬영 중에 벌어진 여배우 릴리 톰린과 감독의 싸움을 누가 그대로 올려놨는데요, 데이비드 0. 러셀이 물건을 집어던지고 “Fucking Bitch!”라고 외치며 여배우를 위협하는 꼴이 정말 가관입니다.
-제임스 러셀 감독은 <쓰리 킹즈> 촬영 중에도 저러다가 조지 클루니에게 진짜로 얻어맞은 걸로도 유명하죠. 어쨌거나 다음은 알짜배기인 편집상, 각본상, 각색상, 음악상입니다. 원래 이 부문들을 다 이렇게 이어서 발표하나요?
-앤 이 기사를 쓰고 있는 기자에 따르면 쓰다보니 할 말이 많아졌는데 그러다보니 글량도 늘고, 어찌되었건 빨리 마감하라고 편집장이 재촉도 해대고, 심지어 이번주 가상인터뷰도 써야 하기 때문에 한번에 몰아서 해치워버릴 속셈이랍니다.
-제임스 불쌍한 인생이군요. 그럼 수상자가 발표됩니다. 편집상은 <소셜 네트워크>! 각색상도 <소셜 네트워크>! 각본상은 <킹스 스피치>가 가져갑니다. 음악상은 결국 <인셉션>의 한스 짐머가 가져가네요. 개인적으로는 ‘나인 인치 네일스’의 트렌트 레즈너가 오스카 연단에 오르는 걸 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어쨌든 이것으로 <소셜 네트워크>와 <킹스 스피치> 중 어떤 영화가 감독상과 작품상을 가져가게 될지 도저히 예상할 수가 없어졌습니다.
여우주연상은 “영웅적인 데가 있는 연기”를 보여준 나탈리 포트먼에게
-앤 올해 오스카는 역시 <소셜 네트워크>와 <킹스 스피치>의 이파전이라고 할 만합니다. <더 브레이브>는 코언 형제의 최고작이라기엔 좀 미약하고 또 다른 시상식에서는 완벽하게 무시당한 전례가 있어서 좀 힘들 것 같아요.
-제임스 그런데 일부 씨네리 기자들은 작품상 수상작으로 <토이 스토리3>를 지지했네요.
-앤 장편애니메이션상이 버젓이 버티고 있는 탓에 그럴 가능성은 좀 낮습니다. 사실 많은 평자들이 픽사의 영화가 오스카 작품상을 한번은 수상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하는 것도 사실이에요. 개인적으로는 후보들이 비교적 약했던 81회 시상식에서 <월·E>가 작품상을 받았더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아, 떠드는 동안 역시 장편애니메이션상을 <토이 스토리3>가 가져가네요. 씨네리 기자들도 모조리 이 영화를 지지… 한 게 아니구나. 강병진 기자만 <드래곤 길들이기>를 지지했네요.
-제임스 마감 중에 밖으로 뛰어나가 하늘을 좀 날아보고 싶으셨을지도. 다음은 촬영상입니다. 씨네리 기자들의 선택은 <블랙 스완>의 매튜 리바틱인데요, <더 브레이브>의 로저 디킨스를 지지한 기자들도 좀 있습니다.
-앤 매튜 리바틱은 이번이 오스카 첫 지명이에요. 하지만 <레퀴엠>과 <폰 부스>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로저 디킨스는 <쇼생크 탈출>로 시작해서 코언 형제의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파고>를 거쳐 이번까지 모두 8번이나 오스카 후보에 오르고도 단 한번도 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제임스 떠오르는 신성과 노장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지금 수상자가 발표됩니다. 아아, <블랙 스완>의 매튜 리바틱이 가져가네요.
-앤 아쉽네요 디킨스씨. 하지만 관객의 오감을 발레 공연의 한가운데로 밀어넣던 매튜 리바틱의 재주는 정말 대담한 데가 있었죠. <울버린> 속편도 대런 애로노프스키와 함께 찍을 예정이라니 기대해보겠습니다.
-제임스 네? 애로노프스키가 <울버린> 속편을? 울버린 역할은 캐스팅했대요?
-앤 휴 잭맨이 울버린 역할을 해왔잖아요.
-제임스 에잉. <울버린>은 리부트 안 한답니까? 스파이더맨과 슈퍼맨도 젊어지는 상황에 울버린도 젊고 잘생긴 배우로 바꾸면 안될까요.
-앤 <액스멘> 시리즈만 리부트하기로 했다네요. 프랑코씨는 울버린 말고 <아쿠아맨> 같은 게 영화화되기를 기다려보세요. 그것도 더 어린 신인에게 뺏기겠지만. 푸훗.
-제임스 두고보세요. 바득바득 따낼 겁니다.
-앤 아! 남우주연상 후보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이 부문에는 프랑코씨도 <127시간>으로 후보에 올랐죠! 프랑코씨. 프랑코씨?
-제임스 전 보지 않겠습니다.
-앤 평소 프랑코씨는 오스카에 별로 연연하지 않는 배우라고 생각해왔는데요.
-제임스 몰라요. 전 곧 오스카 사회도 봐야 하는 몸이라고요. 만약 제가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게 되면 마티니 잔뜩 마시고 무대 위에서 토하고 욕하고 그럴지도 몰라요.
-앤 귀여운 양반. 그럼 귀를 막고 계시는 동안 혼자서 중계하겠습니다. 올해 가장 유력한 후보는 역시 <킹스 스피치>의 콜린 퍼스입니다. 갑작스레 왕위에 오른 영국왕 조지 6세가 말더듬병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다룬 영환데요, 콜린 퍼스의 연기는 절제된 영국식 연기의 어떤 절정을 보여줍니다. 또 유력한 후보는 지금 귀를 막고 계시는 제임스 프랑코씨와 <더 브레이브>의 제프 브리지스죠. 하지만 브리지스는 지난해 <크레이지 하트>로 주연상을 수상한 터라 가능성이 좀 적습니다. 그리고 수상자는… 역시 <킹스 스피치>의 콜린 퍼스! 콜린 퍼스의 팬인 씨네리 장영엽 기자가 씨내림 춤을 추겠군요.
-제임스 끝… 끝났나요?
-앤 네. 끝났어요. 프랑코씨 축하드려요.
-제임스 네? (눈물을 왈칵 쏟으며) 제가요?
-앤 아뇨. 후보 지명 축하드린다고요. 결과는 몇주 뒤에 알아보삼.
-제임스 다음은 여우주연상입니다. 씨네리 기자들 대부분이 <블랙 스완>의 내털리 포트먼이 받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다만, 몇몇 기자들은 아네트 베닝의 수상을 점치기도 했네요.
-앤 아네트 베닝만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베닝은 1991년 <그리프터스>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이래, 이번까지 모두 세번 주연상 후보로 올랐습니다. 그런데 2000년과 2002년 모두 힐러리 스왱크에게 빼앗겼어요. 유력했던 두번의 기회를 모두 한 여배우에게 빼앗기다니 얼마나 속으로 분을 삭였을까요.
-제임스 하지만 올해도 가능성이 좀 적은 편이죠. 평단이 모두 내털리 포트먼을 강력하게 지원사격하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앤 김혜리 기자는 “충분히 자격있는, 영웅적인 데가 있는 연기”라고 포트먼을 상찬했고, “니콜 키드먼은 받은 적이 있고, 제니퍼 로렌스는 이르고, 미셸 윌리엄스는 영화가 좀 작은 감이 있어서” 수상이 힘들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베닝에 대한 코멘트는 없군요. 마음 약한 김혜리 기자가 가슴이 아파서 차마 언급도 못한 모양입니다.
-제임스 수상자는… 역시 내털리 포트먼입니다!
-앤 이로서 남녀 주·조연상은 어째 크게 예상을 빗나가진 않았죠?
<소셜 네트워크>와 <킹스 스피치> 중 승자는 과연 누구?
-제임스 이제 노른자위 중의 노른자위만 남아 있습니다. 지난해 수상자인 캐스린 비글로가 감독상 시상을 위해 연단에 올라갑니다. 비글로 감독은 현재 조니 뎁과 톰 행크스를 데리고 남미를 무대로 한 액션영화 <Triple Frontier>를 찍고 있다죠. 여전히 아름다우십니다. 바보 같은 카메론…. 아, 비글로가 수상자를 발표합니다.
-앤 핀처! 데이비드 핀처입니다!
-제임스 예상된 결과였죠?
-앤 그럼요. <킹스 스피치>가 막판에 오스카 레이스에서 선두주자로 나서긴 했지만 감독인 톰 후퍼는 그렇게 강력한 카드가 아니었어요. <더 브레이브>의 코언 형제는 이미 몇년 전에 받았고, 그렇다면 가장 강력한 건 역시 데이비드 핀처와 <블랙 스완>의 대런 애로노프스키였는데… 이미 여러 번 작품상과 감독상에 올랐다가 고배를 마신 데이비드 핀처에게 줄 때가 됐다고 오스카 회원들도 생각했을 겁니다.
-제임스 감독상이 작품상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서 여전히 작품상의 향방은 쉽게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앤 대부분 작품상과 감독상은 일치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영화의 하이프는 높은데 감독은 신인급일 경우, 작품상과 감독상이 다른 영화에 돌아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죠. 78회 시상식에서는 <크래시>가 작품상, <브로크백 마운틴>의 리안이 감독상을 수상했고요, 75회에서는 작품상을 <시카고>가 가져갔는데도 감독상은 <피아니스트>의 로만 폴란스키가 받았습니다.
-제임스 씨네리 기자들은 <소셜 네트워크>를 강력하게 지지하면서도, 막상 오스카를 받을 것 같은 작품으로는 <소셜 네트워크>와 <킹스 스피치>를 고르게 뽑았네요. 딱 동점이 나온 거죠. 작품상이 지금 발표됩니다. 오스카 고즈 투… <소셜 네트워크>! <소셜 네트워크>가 가져갑니다!
-앤 그럼 한번 세봅시다. <소셜 네트워크>가 작품상, 감독상, 편집상을 가져갔고요, <킹스 스피치>가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색상, 의상상을 수상했고, <블랙 스완>이 여우주연상과 촬영상, <인셉션>이 미술상과 음악상을 채갔네요. 절대적인 강자는 없었던 시상식이지만, 그래도 <소셜 네트워크>가 <킹스 스피치>를 누르고 오스카 회원들의 마음을 훔친 셈이네요.
-제임스 이젠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제가 오스카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게 되어 김이 좀 빠지긴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습니다.
-앤 아까 눈감고 귀 가리더니 다 들었군요.
-제임스 제가 또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서요. 저야 전도유망하고 명석하고 재능있는 배우니까 언젠가는 받게 되겠지요.
-앤 재수없는 말인데 프랑코씨가 하니까 좀 귀엽네요. 근데 프랑코씨. 아직 결과는 몰라요.
-제임스 네? 지금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와서 미리 결과를 다 지켜봤는데 무슨 말씀이신가요?
-앤 평행우주 이론이라고 들어보셨어요?
-제임스 제가 예일대 석사를 딸 정도로 똑똑하긴 하지만, 이과쪽은 좀 어려워서….
-앤 우주는 무한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전체 우주의 일부분이고, 이 우주에는 수많은 평행우주들이 존재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도착한 지금 이 미래는 어쩌면 수많은 평행우주의 미래 중 하나일 수도 있는 거예요.
-제임스 그러니까 그 의미는….
-앤 네. 시간은 복잡한 개념이라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거죠.
-제임스 아니. 제 말은… 제가 오스카를 받을 수도 있다는 거군요!
-앤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제임스 (씨익) 그렇게 될 겁니다.
-앤 그런데 프랑코씨. 오른팔 어디 갔어요?
-제임스 (오른팔을 내려다본다. 오른팔. 없다) 내 오른팔 어디 갔어요?
-앤 아까 급히 타임머신을 타다가 잠깐 오른팔이 꼈잖아요? 그때 시간의 저 너머로 사라져버린 모양입니다.
-제임스 오른팔을 찾아야 해요. 휴스턴! 휴스턴! 문제가 생겼어요!
-앤 지금 돌아가봐야 소용없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이 우주에는 수많은 평행우주들이 존재합니다. 돌아가면 아까와는 다른 평행우주 속 미래일 거예요. 프랑코씨의 오른팔은 영원히 구천… 아니, 평행우주를 떠돌게 되겠지요. 아아 로맨틱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