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시] 사회의 불안감=유리인간
2011-03-10
글 : 장영엽 (편집장)
<우밍종 개인전>
우밍종, , 2008, Acrylic on canvas, 250 x 200 cm

3월16일~4월16일 / 리안갤러리 대구, 서울 / 053-424-2203

중국 언론이 현대 중국의 풍경을 묘사할 때 빠짐없이 언급되는 영화가 있다.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다.

아찔한 스카이라인과 눈이 아릴 정도로 번쩍이는 전광판으로 가득한, 그러나 어딘가 공허한 21세기 중국의 풍경이 중국인들에겐 <블레이드 러너>의 디스토피아와 자꾸 겹치는 모양이다.

인공적으로 화려한 만큼 사람 냄새가 줄어든 현대 중국의 그늘을 묘사하는 건 중국 현대 미술작가들의 주요한 화두이기도 하다. 야심 많은 정치적 인물이 회화화의 소재로 등장한다거나 겉만 번드르르한 소비 만능주의가 비판과 냉소의 대상으로 등장하는 건 최근 활발하게 활동 중인 중국 작가들의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현재 중국 미술계의 블루칩 작가로 평가받는 우밍종의 작품 또한 이러한 중국 미술계의 거대한 흐름 안에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아티스트 우밍종을 상징하는 건 유리와 붉은 와인, 그리고 코냑이다. 그는 몸속에 술을 채운 채 서로 얽혀 있는 유리인간들을 즐겨 그린다. 우밍종의 유리인간들은 섬세하고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툭 치면 금방이라도 내용물을 좌르르 쏟으며 깨져버릴 듯이 유약해 보인다. 그러나 유리인간들은 때때로 인간의 신장을 뛰어넘는 거대한 스케일의 작품으로 탄생해 보는 이들에게 압도감을 주기도 한다.

작가는 2002년 “고통이란 감정과 쉽게 깨져버리고 마는 사람과의 관계를 경험하게 되면서” 관계와 물질만능주의 사회의 불안감을 유리인간이란 오브제로 형상화하기 시작했다. 투박하게 말하면 와인이나 코냑이 소비사회의 화려함과 욕망을 대변하고, 그 내용물을 담고 있는 유리가 인간과 관계의 나약함을 은유한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작품들을 읽고 받아들이는 건 어디까지나 관객의 몫이다. 누군가가 우밍종의 그림에서 유리인간의 아름다움과 버건디 와인컬러의 매력만을 취한다고 해도 틀린 감상은 아니다. 그만큼 작품이 매혹적이고 탐미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우밍종의 신작 회화와 영상 작품 12점이 소개된다.

만취한 두 남자, 버둥거리는 여자를 안고 있는 남자 등 작가의 회화 속 인물의 행동은 종종 우스꽝스럽지만 작가가 이들 작품에 붙인 제목만큼은 시니컬하다. <Hey, Be Careful!> <Do not Touch!> <Handle with Care, Buddy!> 등 우밍종의 작품은 종종 무언가를 경고하는 메시지가 가득하다. 그림 속 인물을 보며 미소짓다가도 제목을 보고 머리가 복잡해지는 그런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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