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요정(놈, gnome) 석상이 살아 움직인다. <노미오와 줄리엣>은 제목처럼 <로미오와 줄리엣>의 요정 버전 3D애니메이션이다. 파란 요정은 몬테규, 빨간 요정은 캐플릿 가문의 정원에 산다. 정원이 맞닿은 두 집은 베로나 거리에 있다. 파란 요정 노미오(제임스 맥어보이/이준)와 빨간 요정 줄리엣(에밀리 블런트/지연)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런 와중에 캐플릿가의 악당 티볼트(제이슨 스타뎀)가 잔디깎이 기계를 타고 다니며 몬테규가의 요정을 괴롭힌다. 이를 목격한 노미오는 티볼트와 얽히고 티볼트는 사고를 당해 산산조각나버린다. 이때부터 두 가문은 일대 정원 전쟁을 벌인다.
<노미오와 줄리엣>이 승부를 거는 지점은 귀여운 요정 캐릭터다. 파란 모자와 빨간 모자를 쓴 3등신 캐릭터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좋아할 만큼 귀엽다. 특히 영화는 석상이라는 재료의 특징을 잘 묘사한다. 요정들이 걸을 때는 쨍강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죽을 땐 아예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사소한 재미들로 넘쳐나지만 <노미오와 줄리엣>은 의외로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감칠맛나게 비트는 재주는 보여주지 않는다. <슈렉2>에 공동감독으로 참여했던 켈리 애스버리의 장기는 잔재미에 집착하느라 증발된 느낌이다.
더빙판과 자막판으로 동시 개봉한다. 더빙판에 참여한 엠블랙의 이준, 티아라의 지연과 개그우먼 정주리는 꽤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오지 오스본, 헐크 호건 등 오리지널 카메오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게 흠이랄까. 직접 제작에도 참여한 영국 뮤지션 엘튼 존은 모든 음악을 만들었고 레이디 가가와 주제가 <Hello Hello>도 함께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