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of Lights, City of Angels”(COL·COA)라는 낭만적인 이름을 가진 프랑스영화 프리미어 페스티벌이 4월11일부터 18일까지 일주일 동안 선셋대로에 자리한 미국감독연합에서 알차게 열렸다. 2011년 15회를 맞은 COL·COA는 매년 월드 프리미어,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혹은 북미 프리미어에 해당하는 프랑스 신작들을 모아 상영하는 영화제로, 미국감독연합(DGA), 미국국제영화연합(MPA), 프랑스저작권협회(SACEM), 미서부작가연합(WGAW)이 1996년 창단한 프랑스-미국 문화펀드(Franco-American Cultural Fund)에서 실시하는 연간사업 중 하나다.
2011년 COL·COA에서 상영된 영화는 장편 29편, 단편 21편을 포함해 모두 50편으로, 클로드 를루슈의 신작 다큐멘터리 <From One Film to Another>(2011), 세드릭 클라비쉬의 코미디 드라마 <My Piece of the Pie>(2011), 기욤 카네가 연출한 <Little White Lie>(2010), 카트린 브레이야의 <The Sleeping Beauty>(2011) 등 유명 감독들의 신작은 물론, 카트린 드뇌브, 제라르 드파르디외, 뱅상 카셀, 마리온 코티아르, 로맹 뒤리스 등의 프랑스 배우들이 자국에서 출연한 최신작들을 상영했다. COL·COA는, 개봉영화의 99%가 할리우드영화인 미국에서 프랑스 신작을 만날 수 있는 드문 기회인 동시에 프랑스영화의 북미 및 인터내셔널 판매를 촉진하는 채널로 사용되어왔다.
올해 COL·COA는 마스터클래스에 <손수건을 꺼내라> <차가운 식사>의 베르트랑 블리에 감독을 초대했다. 블리에가 2010년 만든 <The Clink of Ice>는 아름다운 아내와 별거한 뒤 술독에 빠져 더이상 글을 쓰지 않는 유명 작가 샤를(장 뒤자르댕)에게 불청객이 찾아오면서 시작되는 다크 코미디다. 성큼성큼 걸어와 초인종을 누르고는 “나는 당신의 암입니다”라고 말하는 이 초대한 적 없는 손님과 샤를, 그리고 헌신적인 하녀 루이자(안 알바로)의 기묘하고 우스꽝스러운 동거는, 우울한 주제를 다루었음에도 산뜻한 반전으로 막을 내린다. 베르트랑 블리에 감독의 마스터클래스는 4월13일 <The Clink of Ice>의 웨스트코스트 프리미어에 이어 진행됐다.
특정한 한 장면에서 각본은 시작한다
마스터클래스에서 만난 베르트랑 블리에 감독
-아버지가 유명한 프랑스 배우라고 알고 있다. 감독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16살 때, 여름휴가에서 <피카소의 신비>를 만든 앙리 조르주 클루조를 만났는데, 그때 감독인 그에게 완전히 반해버렸다. 그날 밤 아버지에게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하니까, 아버지는 “아들아, 지겨워죽을 것이 분명한 직업을 택했구나”라는 대답을 했고, 아버지 말씀은 틀리지 않았다. (웃음)
-각본을 쓰기 시작할 때는 어떤 과정에서 시작하는가.
=대부분 특정한 한 장면에서 시작한다. <The Clink of Ice>의 경우, “안녕하세요, 나는 당신의 암입니다. 당신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라는 한 문장에서 시작됐다. 그렇게 한 장면이 그려지고 나면 대개 그 전후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연출할 때 배우로부터 원하는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젊은 시절에는 50번쯤 테이크를 갔다고 하면, 요즘은 많아야 3번이다. 원하는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는 것은 전적으로 감독 책임이다. 처음부터 배우 선택을 잘해야 한다.
-연출하기 가장 힘들었던 장면이나 순간이 있나.
=어떤 영화를 막론하고 ‘섹스신’만큼 연출하기 어려운 장면은 없다. 작가로서는 ‘섹스신’이 쉽게 쓰여진다. 펜을 놓고 감독의 자리에 서면 그만큼 무책임한 장면도 없다. 배우들에게 다양한 동작을 주문하고 있자면,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다.
-영화감독이 되려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펜을 들고 쓰기 시작하라는 것이 유일한 조언이다. 나는 첫 영화를 만든 뒤 두 번째 영화를 만들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사실 나의 두 번째 영화는 내가 쓴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소설이 출판되자 하루 만에 15명의 제작자가 연락했고, 운좋게 좋은 제작자를 만나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