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is a combination of sounds with a view to beauty of form and expression of emotion.” <한나>에 이 문장은 세번 나온다. 한나에게 백과사전을 읽어주는 에릭의 입에서, 또 한번은 한나 자신으로부터. 마지막은 영화 밖, 엔딩 타이틀 <The Devil Is In The Beats>의 보이스 오버로. 이때 포인트는 ‘조합’이다. 액션스릴러로 홍보된 <한나>는 차라리 잔혹동화 같지만(<레드 라이딩 후드>와 비교할까 말까) 한편 뮤직비디오 같다. 지하기지 탈출신, 케미컬 브러더스의 조각난 비트와 어지러운 화면을 보라. 순한 멜로디에 익숙하다면 골치 아픈 소음으로 들렸을지 모른다. 흥미로운 건 여기다.
“음악이 ‘사운드의 조합’이면 노이즈도 뭐 어때?!”란 믿음은 특히 전자음악의 테마다. 이 관점에서 <한나>는 영상과 음악 모두 중요한 작품이다. 케미컬 브러더스와 조 라이트는 각각 이게 상업영화야? 싶게 실험적인데, 영화적으론 장르로 장난친다면 음악에선 멜로디와 노이즈와 비트를 팍팍 뒤섞는다. 이건 취향보다는 태도의 문제다. 특히 사운드 주변의 숨은 맥락들을 까발린다는 점에선 정치적이다. 요컨대 <한나>는 내게 일종의 음악영화였다. 그래서 무척 재미있게 봤는데 반응이 별로라서 상처받았다.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