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의 로스웰 사건. 자동차를 몰고 가다가 섬광처럼 나타난 원형의 비행물체를 보았다는 이가 있었고, 추락한 비행물체의 파편을 발견했다는 이도 있었다. 목격자들의 증언록은 두껍게 쌓여갔지만 미 국방부는 입을 다물었다. 사태가 타블로이드판 신문에나 어울릴 법한 진실 공방으로 흐르자, ‘외계의 낯선 존재’는 음모론의 그물망에 걸려든 채 옴짝달싹 못하는 형편에 처했다.
사건 발생 일년 전에 태어난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런 상황 전개가 몹시 못마땅했던 모양이다. <죠스>로 대성공을 거둔 그는 곧바로 1977년 당시 미국을 배경으로 자기 방식대로 로스웰 사건을 재연하는 영화를 찍는다. <미지와의 조우>는 30년의 시간차를 두고 사건을 반복하지만 펜타곤 지하의 기밀서류함 앞으로 향하지 않고, 사막 한가운데서 직접 외계의 존재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그리고 그곳에 스펙터클 그 자체인 외계의 비행물체를 등장시켜 관객에게 강렬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그것은 거대한 원반 형태로, 한쪽 면에는 뉴욕의 마천루같이 생긴 수직 구조물들이 촘촘히 박혀 있었고, 그 반대 면에는 LA의 야경을 연상시키는 빛 무늬들이 새겨져 있었다.
그런데 메트로폴리스를 머리에 얹은 비행물체라니, 뭔가 기묘하지 않은가? 여기서 잠시, 로스웰 사건 발생 20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당시 메트로폴리스는 수많은 물질의 흐름들이 뒤엉킨 채 무질서의 아수라장을 연출하고 있었고, 모더니스트라고 불리던 시각예술가들이 새로운 시선의 발명에 몰두하고 있었다. 모더니티의 혼돈 속에서 경험의 질서를 발견하려는 의도였다. 그들은 당대의 뉴미디어였던 영화 카메라와 자동차에서 영감을 얻어 ‘움직임에 대한 시선’과 ‘움직이는 시선’을 고안해냈는데, 전자가 기계의 눈으로 세계를 분해한다면 후자는 기계의 속도로 세계를 종합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이 두 시선을 조합하면 새로운 지각의 좌표 내부에서 메트폴로리스의 시공간 질서를 재구성해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모더니스트들의 시도가 정점에 도달하려는 시점에 로스웰의 비행물체가 출현했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기계가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이 괴이한 물체가 원형의 모양새로 지각된 것은 일견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그것은 모더니스트들이 고안한 지각의 좌표에선 포착되지 않는 미확인의 물체이며, 그래서 질서 유지를 위해서라면 그 좌표의 소실점 속으로 사라져야 할 맹점의 얼룩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빛에 육박하는 속도로 수축하거나 팽창하는 ‘비정형의 구멍’이었던 것이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스필버그는 이 구멍을 메우기 위해 메트로폴리스에 대한 모더니스트들의 상상력을 동원했다. 1977년은 1955년생 스티브 잡스가 애플Ⅱ를 선보인 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