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다큐멘터리 시즌 개막!
2011-05-16
글 : 문석

바야흐로 다큐멘터리의 계절이 찾아왔다. 쓰고 나니 참 뜬금없는 문장인데, 희한하게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아카데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인사이드 잡>이 개봉하는데다 올해의 한국영화 중 가장 중요한 작품들로 꼽힐 <오월愛>와 <종로의 기적>이 순차적으로 극장을 찾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개인적 차원의 이유는 또 있다. 얼떨결에 집행위원을 맡게 된 LGBT영화제의 기자회견에 가서도 게이, 레즈비언,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실컷 들었고, 사무실에 놓인 인권영화제 팸플릿에서 숱한 다큐멘터리영화의 목록을 봤으며, 세계공영TV총회(INPUT)를 맞아 KBS를 통해 괜찮은 다큐멘터리 몇편도 접했다.

그러고 보면 올해에는 이렇게 저렇게 다양한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었다. 미국 MPAA가 독점하는 등급시스템의 모순을 밝히는 <이 영화는 아직 심의받지 않았다>는 감독과 사립탐정이 시스템을 정면돌파하는 과정이 흥미로웠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레스트레포>는 제작진의 놀라운 용기와 끈기가 인상적이었으며(이 영화의 공동 감독인 팀 헤더링턴은 지난 4월 리비아에서 취재 도중 총격으로 사망했다), ‘산업화된 식품’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식품 주식회사>는 카길이나 타이슨 같은 글로벌 식품회사에 대한 분노와 인류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자아냈다.

꼭 그래서 그런 건 아니었는데, 우연치 않게 이번 <씨네21>은 ‘다큐멘터리 특별판’이라 이름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이영진 기자가 김태일 감독과 광주를 함께 돌며 취재한 <오월愛> 이야기,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유지태 부집행위원장과 강석필 프로그래머의 핫독스다큐멘터리영화제 참관기, 우석훈 2.1연구소장의 <인사이드 잡>에 대한 단상, 다큐멘터리가 압도적으로 많은 서울환경영화제와 인권영화제에 관한 기사까지 절반 정도가 다큐멘터리에 할애됐다. 여기에 전주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았던 다큐멘터리 <트루맛쇼>에 대한 ‘진중권의 아이콘’도 추가해야 한다.

진중권씨는 “다큐멘터리 역시 편집을 통해 ‘극화’를 하며, 전달할 메시지의 ‘서사’를 창작한다”고 했지만 그 사실이 다큐멘터리의 존재의의를 갉아먹지는 않는다. 다큐멘터리는 어쩌면 ‘사실’이 아닐지 몰라도 ‘진실’을 품으려 애쓴다는 점에서 중요한 매체다. 우석훈 소장처럼 “100만명이 (<인사이드 잡>을) 보면 세상이 달라진다”고까지 믿지는 않아도, 잘 만든 다큐멘터리는 세상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는 데 동의한다. 그건 바로 진실성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보고자 하는 이들이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인사이드 잡> <오월愛> <종로의 기적> <트루맛쇼> 등 극장 상영작은 개봉 즉시 봐야 한다. 서울환경영화제, 인권영화제, LGBT영화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도 시간을 쪼개서 찾아야 한다. 만약 당신이 진실을 원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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