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지나친 의도는 오히려 눈물샘에 내성만 <회초리>
2011-05-18
글 : 신두영

13살 딸과 아버지가 훈장과 제자로 처음 만난다. 헷갈리지 말자. 딸이 훈장이고 아버지가 제자다. 아시안게임 복싱 금메달리스트인 두열(안내상)은 딸의 존재를 몰랐다. 아내에게 집적대는 조폭과 싸우다가 골프채로 머리를 맞고 식물인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사이 두열의 아내는 딸 송이(진지희)를 낳다가 죽었고 딸은 아내의 먼 친척인 예절학당 훈장(윤주상)에게 맡겨졌다. 5년 만에 깨어난 두열은 아내를 잃은 슬픔에 망나니처럼 살다가 법원의 사회봉사 명령을 받고 송이가 꼬마 훈장으로 있는 학당에 들어오게 된다.

<회초리>는 초반에 꼬마 훈장과 어른 제자라는 설정에서 발생하는 웃음에 집중한다. 예절교육을 받는 두열과 송이가 티격태격 다투는 에피소드는 한국 코미디영화의 전형을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회초리>는 감동 휴먼드라마를 표방한 영화다. 초반 코미디의 기운이 다하면 <회초리>는 서둘러 관객의 눈물을 짜내려고 노력한다. 관객은 송이와 두열이 부녀지간이라는 사실을 안다. 송이도 마찬가지다. 반면 두열은 송이가 딸인 줄 모른다. 두열은 학당에 들어오기 직전에 후배에게 딸이 있고 그 딸을 미국에 입양 보냈다고 들었다. 두열은 학당에서 홀로 괴로워하며 딸을 위한 눈물을 흘리지만 정작 송이에게는 매몰차게 대한다. <회초리>는 이런 관계 설정으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려 한다. 의도는 나쁘지 않지만 눈물이 너무 과했던 게 문제다. 거의 매 시퀀스에서 안내상과 진지희는 눈물 연기를 선보인다. 마지막에 딱 한번 울리는 <헬로우 고스트>의 선례를 따랐다면 어땠을까. 쉴새없이 우는 안내상과 진지희를 보면 볼수록 눈물샘에 내성만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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