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talk]
[Cine talk] 고정된 틀 깨고 얻은 최초라는 수식어, 영광이다
2011-05-24
글 : 신두영
사진 : 백종헌
드림웍스의 첫 아시안· 여성 감독 <쿵푸팬더2>의 여인영

먹성 좋은 판다가 쿵푸 전사로 돌아왔다. 5월26일 개봉하는 <쿵푸팬더2>는 <쿵푸팬더>의 엄청난 성공에 힘입어 제작된 드림웍스의 프랜차이즈 영화다. <쿵푸팬더2>는 4살 때 미국으로 건너간 재미동포 여인영(미국명 제니퍼 여 넬슨)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여인영 감독은 언니 여인경(<메가마인드> 스토리 책임자)의 추천으로 2003년 드림웍스에 입사했다. 이후 그는 <쿵푸팬더>에서 스토리 책임자로 일했고 <쿵푸팬더2>에서는 마침내 감독의 자리에 올랐다. 드림웍스의 첫 아시아인 감독이자 첫 여성감독이라는 두 가지 타이틀을 거머쥔 셈이다. 지난 5월16일 한국을 방문한 여인영 감독을 만났다.

-3년 전에 <씨네21>과 인터뷰한 적이 있다. 3년 동안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궁금하다.
=지난 3년 동안의 생활은 거의 똑같았다. <쿵푸팬더2>의 작업에만 매달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놀리기도 했다.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보면 늘 똑같은 대답을 하니까. 3년 전과 지금의 유일한 차이가 있다면 그때는 없었던 조카가 생겼다는 점 정도? (웃음)

-<쿵푸팬더>에서는 스토리 책임자였고 지금은 감독이다. 엄청난 차이인데 부담이 많았을 것 같다.
=감독이 되고 나니 남들 앞에 많이 나서야 하고 예전에 비해 말을 더 많이 해야 한다. 제작 기간 동안은 감독 역할을 수행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3년 전의 스탭들과 여전히 한팀으로 일했기 때문이다. 감독이 되면서는 전에 만나지 않았던 애니메이터들과도 일을 했고 잭 블랙, 안젤리나 졸리 등 배우들과도 좋은 관계를 맺어야 했다. 배우들과 함께하는 더빙 작업은 무척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쿵푸팬더2>는 1편과 어떻게 다른가.
=기존 캐릭터들을 더 강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주인공인 포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 포는 이미 1편에서 쿵푸 전사의 꿈을 이루었기 때문에 스케일을 확대할 수밖에 없었고, 스케일에 적합한 대결 구도도 만들어야 했다. 포에게 더 큰 도전 과제를 주는 것이다. 두 번째 차이점은 포의 감정을 더 깊이있게 보여주려고 했다. 이미 관객은 포의 대략적인 성격을 알고 있다. 그래서 포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게끔 감정 라인을 표현했다.

-1편에 비해 포의 액션이 많아졌다. 포의 액션에서 초기 성룡 영화의 흔적이 보인다.
=확실히 성룡 영화의 영향을 받았다. 성룡의 액션에 녹아 있는 코믹적인 요소들이 <쿵푸팬더2> 아이디어의 기반이 되었다. 1편에서 포가 쿵푸 전사로 자리를 잡았기에 2편에서는 액션신을 많이 만들려고 노력했다.

-예전 인터뷰에서 만화, 비디오 게임 등을 좋아했다고 했는데 <쿵푸팬더2>에서 비디오 게임 <팩맨>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 있다. <쿵푸팬더2>를 만들면서 이렇게 참고한 요소가 더 있었나.
=<쿵푸팬더> 시리즈는 중국의 과거를 배경으로 하기에 되도록 동시대의 농담이나 문화적 요소는 자제하려고 했다. <팩맨> 장면이 어떻게 보면 그 한계치를 표현하는 장면이다. <쿵푸팬더2>에는 인력거 추격신이 나온다. 자동차 추격 액션을 <쿵푸팬더2>에 삽입하려는 노력이고, <로닌>(1998)의 자동차 추격신을 참고했다. <쿵푸팬더2>의 액션을 속도감있게 표현하고 싶었다. 1편에서는 세트 규모가 크지 않아 이런 요소를 넣기에 제약이 많았지만 2편에서는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수도 없이 들었던 질문일 텐데, 드림웍스 최초의 아시안, 최초의 여성감독 등의 수식어를 어떻게 생각하나.
=한마디로 영광이다. 어떤 정형화된 틀을 깬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이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창조할 수 있도록 영감을 준다면 그거야말로 좋은 일이 아닐까.

-드림웍스 감독으로서 픽사나 디즈니와 다른 드림웍스만의 정체성을 설명해달라.
=드림웍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유로움이다. 드림웍스의 작품들은 각기 다른 스타일과 색깔이 있다. 회사는 새 작품을 기획할 때 어떤 새로운 룩이 있는지, 어떤 아이디어가 있는지,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개성을 지지하고 격려해준다. 픽사나 디즈니에는 스튜디오 고유의 확고한 스타일이 있다면 드림웍스는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 그 점을 정말 좋아하고, 그런 것이 드림웍스만의 힘이다.

-<쿵푸팬더2>에는 3편을 예고하는 장면이 있다. 3편에서도 감독으로 참여할 생각인가.
=흥행 여부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후속작이 나오게 된다면 감독으로 참여할 의향이 있다. 3년 뒤에 다시 만나길 기대한다. 개인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 지금은 휴가 중이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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