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거 눈에 띄면 안될 텐데 나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헬파이어 클럽의 삼엄한 경계망을 뚫고 여기까지 오실 수 있었는지요.
=저는 늘 퍼스트 클래스만 타고 다닙니다. 이코노미는 너무 비좁아요. 기내식도 다르고 서비스도 아주 특별하죠. 그래서 여기까지 안전하게 올 수 있었습니다. 제아무리 헬파이어 클럽이라도 우리 항공사의 모닝괌 클럽 회원을 어떻게 할 수는 없죠. 딱히 숨을 필요가 없어요. 그럼 여기 레드와인 한잔 하고 마일리지 적립 좀 부탁드릴게요. 애들 땅콩은 괜찮아요.
-지난 3편이었던 <엑스맨: 최후의 전쟁>을 보고 상당히 마음이 아프셨을 것으로 압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빠져나간 자리가 생각보다 너무 컸었죠.
=정말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교수 체면에 욕은 못하겠고 굉장히 테러블했어요. 저도 돌연변이라 이런 말하긴 뭣하지만 도대체 그게 뭡니까. 돌연변이도 격이 있어요. 그저 남들과 다른 능력이 있다고 해서 그게 다 영화에 쓰일 수 있는 건 아니라고요. 어찌나 손이 벌벌 떨리던지. 프리퀄로 돌아온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에요. 거기서 뭐 다른 얘기를 더하긴 싫고 그냥 근본부터 확 뒤집어보고 싶었던 거죠. 결과적으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직접 메가폰을 잡진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아주 만족합니다.
-무엇보다 이번 시리즈는 시대 배경이 마음에 들어요. 엑스맨들은 늘 SF 공간의 초능력자들로만 생각했는데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고전적 의상을 입은 모습이 너무 섹시해 보였어요. 딱 그 시대에 어울릴 법한 장비도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간혹 우리 엑스맨 팀원들을 보고 모던록 밴드처럼 보인다는 얘기를 들으면 무척 행복합니다. 어떻게 보면 그런 것도 007스러운 전략이죠. 초능력이나 특수효과에도 복고가 있는 것 아니겠어요? 전 그 시대에 태어난 돌연변이라는 게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젊은 날의 당신은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면서까지 상당한 바람둥이 기질을….
=흠흠 기자 양반, 그런 얘기는 따로 나누도록 하죠. 살다보면 궁금한 것도 많고 애써 팀원들 다독이며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애교로 넘어가십시다.
-하하, 암튼 알겠습니다. 그런데 매그니토와 다시 합칠 생각은 없으십니까. 이번 시리즈에서 처음 보게 된 우정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엑스맨> 시리즈에서 나 프로페서X와 매그니토, 그렇게 2개의 태양이 있을 수는 없는 법입니다. 한국의 <X맨>이 그것을 알려줍니다. <X맨>에서 그렇게 사이좋았던 강호동과 유재석이 이제 와서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파트너로 만날 일이 있을까요? 아마 어렵겠죠. 저와 매그니토의 관계도 그렇게 봐주십시오. 2편부터 더 재미난 일들이 많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