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층의 악당>은 성실한 영화다. 숨겨진 물건을 찾는 사기꾼과 신경쇠약에 걸린 집주인의 거짓과 진실이 교차되는 중에 왕따 여중생과 옆집에 관심이 많은 이웃, 짝사랑에 빠진 경찰, 철없는 재벌 2세와 그가 고용한 키 작은 조폭, 조폭이 불만인 엘리트 경영진 같은 주변 인물이 촘촘하게 배치되어 있다. 이들의 욕망과 콤플렉스가 제 방식대로 드러나고 충돌하다 하나의 점으로 응축되는 게 곧 영화의 미덕일 것이다. 파편적으로 흩어놓았던 농담과 협박, 적의와 호의가 마침내 하나로 응집되는 건 자살하려던 성아(지우)와 마주친 창인(한석규)이 얘기를 나누는 장면이다.
둘은 곧 잠에 빠지고 카메라는 방을 나와 다른 사람들의 조각을 뒤쫓는다. 이때 흐르는 꿈처럼 안락한 음악은 여럿의 입으로 반복되던 “사는 게 힘들다”란 대사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어쿠스틱 기타 너머로 아득하게 타악기가 멀어져가는 곡은 이진희 음악감독의 <지친 사람들>이다. 피로한 삶을 위로하는 음악은 꼼꼼한 바느질처럼 장면을 이어붙이고 스릴러와 스크루볼코미디를 오가던 영화는 그제야 유사 가족드라마로 전환된다. 이 신은 마지막 장면, 고급 아파트로 이사한 연주(김혜수)를 찾은 창인이 거실 바닥에서 잠드는 장면과 호응한다. 불면증에 시달리던 창인은 덜거덕거리는 식기 소리를 들으며 잠에 빠진다. 지친 삶은 결국 관계에서, 일상에서 위로받아야 한다고 말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