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실재한다. 다름 아닌 스크린 위에서. 현실의 사정권 내에 있지만 사실 성사가 불가능한 일을 재현해내는 순간이야말로 영화가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마법일 것이다. <데스 드라이브>는 이른바 ‘드림카’로 불리는 슈퍼카들을 한데 모아 이 실현 불가능한 꿈의 경연을 사실로 만든다.
자신만만한 스트리트 레이서 제이슨(제시 존슨)은 사촌 마이클의 유혹에 넘어가 위험한 불법 레이싱 경기에 발을 들인다. 전역군인이자 제이슨의 형 카를로(네이선 필립스)는 그런 동생을 만류하지만 결국 제이슨은 첫 출전한 나타샤(나디아 비욜린)와의 경기 도중 사고로 목숨을 잃고 만다. 동생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거액의 판돈이 걸린 음모 때문임을 눈치챈 카를로는 복수를 위해 나타샤와 손잡고 위험한 레이싱 한복판으로 뛰어든다.
단순한 스토리에 극적 긴장감도 세련된 편이라 할 수 없지만 이 영화의 초점은 다른 곳에 있다. ‘아이와 성인 남자의 차이는 단지 장난감의 가격’이라는 농담처럼 최고급 슈퍼카를 타고 벌이는 레이싱은 관객에게도 최고의 장난감을 다루는 기분을 안긴다. 포르셰 카레라 GT, 람보르기니 디아블로 SV, 벤츠 맥라렌 SLR, 심지어 전세계에 399대밖에 없다는 엔초 페라리까지 자동차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입이 떡 벌어질 만한 슈퍼카들의 향연은 그것으로 이미 스펙터클을 완성한다. 특히 <패스트 & 퓨리어스>나 <분노의 질주>와 달리 개조 자동차가 아닌 각 브랜드의 실제 차들을 직접 대결시키는 장면은 일종의 판타지에 가까운 쾌감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