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talk]
[Cine talk] 음악에 한국의 색 입히려 했다
2011-08-02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마당을 나온 암탉>의 이지수 음악감독

<마당을 나온 암탉>의 이지수 음악감독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본 건 조영욱 음악감독이었다. 작곡과 3학년 시절에 전격 발탁되어 <올드보이>에서는 우진의 테마를 만들었고 <실미도> <혈의 누> 등에 참여했다. 그 뒤에 <안녕, 형아>로 독립하여 본격적인 음악감독을 시작했다. 드라마 <겨울연가> <여름향기>에서도 그의 작곡을 들을 수 있었다. 현재는 촉망받는 젊은 음악감독으로 손꼽히고 있다. 애니메이션은 실사영화와 비교해 음악이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건 젊은 재능 이지수 음악감독에게도 이번 작품이 새로운 도전이었다는 뜻이 될 것이다.

-클래식 작곡을 전공한 뒤 영화음악으로 진출한 경우다.
=클래식 작곡 전공자 중에 언젠가는 영화음악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나도 언젠가는 하겠지 했는데 학생 때 시작했으니까 남들보다는 조금 빨리 하게 된 거다. (웃음) 원래 엔니오 모리코네, 존 윌리엄스, 한스 짐머 등을 좋아했다. 오케스트라를 이용한 웅장하고 세련되고 멋있는 음악들을 좋아한다.

-<마당을 나온 암탉>에는 어떤 음악적 구상이 있었나.
=<안녕, 형아>의 음악 성격과 비슷한, 클래식 악기로 서정성이 잘 표현되는 음악을 생각했다. 클래식 작곡 하는 사람 중에 많은 사람이 영화음악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는데 그중에서도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은 더 많다. 음악적으로 실사 영화보다 표현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이번에 한번 잘해보자 싶었다. 그전까지는 사실 많이 못 봤는데 이번 기회에 애니메이션도 많이 봤다. 디즈니는, 픽사는, 일본영화는 어떻게 했나, 하면서 주로 음악을 들었다. 음악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더라. 음악이 감정을 끌고 가는 경우가 많으니까.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는 우포늪이라는 한국의 자연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한국적인 색깔이 중요하겠구나, 생각했다.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작업했다. 단원들에게는 어떤 식으로 설명하나.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악보에 명시되어 있는 대로 하면 되지만 지휘자는 통역을 통해 설명을 듣고 주어진 화면을 보면서 음악 성격이나 스타일을 파악해 지휘한다.

-특히 그들에게 더 설명해야 했던 장면이 있었나.
=<숲을 지나>라는 곡이 있는데, 영화에서 모자(잎싹과 초록)가 숲을 지나가는 장면이다. 우리나라 자연의 색깔이 많으니 그걸 표현해달라고 했다. 시원한 숲속의 초록색 느낌. 특히 리코더를 많이 썼는데 뭔가 다른 색깔의 느낌이 나온 것 같다.

-전반적으로 리코더를 많이 썼나.
=같은 리코더이지만 분위기가 다 다르다. <숲을 지나>에서는 소프라리노라는 리코더를 주로 썼다. 피콜로처럼 새소리 비슷한, 맑고 시원한 느낌이 나는 악기다. 마지막에 엄마인 잎싹하고 초록이 이별하는 장면은 일반적인 소프라노 리코더를 강조했다. 조금 슬픈. 애조를 띠는 음색이다. 중간에 족제비가 나타날 때는 음산한 분위기를 위해서 저음역의 악기인 알토 리코더를 썼다. 울림통이 크면서 음산한 소리가 많이 난다. 그 밖에 클래식 악기를 바탕으로 했지만 드럼이나 신시사이저 등을 장면에 따라 강조했다. 비행대회가 열리는 장면에서는 박진감을 더하기 위해서 드럼이나 일렉트로닉 기타를 많이 넣었다.

-전체 22곡을 작곡했다. 많은 건가.
=많은 거다. CD 용량 때문에 다 넣지 못했다. (웃음) 그런데 음악이 많고 적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음악을 제거해보면 감정이 잘 안 나오는 부분들이 있다. 암탉 잎싹이 수레에 실려가는 장면이 있는데, 실은 천둥 번개, 빗소리 같은 사운드만으로도 상황 전달은 충분하지만 정서를 표현하기에는 좀 부족하여 음악을 많이 넣게 됐다. 그런 장면들이 있다.

-특히 더 신나서 작업한 장면은.
=초록의 비행장면. 음악이 어떤 포인트를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이다. 10분쯤 되는 길이였으니까 일단 장면이 길었고, 또 길면 지루하지 않아야 하니 템포 조절을 잘해야 했다. 뒤에 가서는 감동도 밀려와야 하고. 그 장면의 음악은 초반부에는 빠른 템포감이나 상황 위주로 가다가 후반부에 감정이 폭발할 수 있도록 했다.

-애니메이션 작업은 앞으로도 이어갈 것인가.
=물론이다. 음악적으로는 힘들지만 재미가 있다. 이번에는 배경음악 위주였는데, 다음에는 노래가 많이 들어가는 애니메이션도 한번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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