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대부: 시나리오 & 제작노트>는 <대부>의 시나리오와 더불어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통하여 <대부>를 이야기하려한다.” 책을 엮은 편집자는 서문에 그렇게 썼다. 그 말 그대로다. “코폴라를 거의 해고 직전까지 몰고 갔던 상황은 모두 5번이다: 말론 브랜도를 캐스팅했을 때, 파라마운트가 첫 번째 러시를 봤을 때, 코폴라가 이탈리아 시실리에서 촬영을 해야 한다고 고집했을 때, 코폴라가 예산을 오버시켰을 때, 마지막으로 최종판을 편집할 때.”
지금에 와서 읽으려니 이 문장은 웃음을 자아낸다. 다음과 같이 간단히 요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폴라는 영화를 만드는 내내 해고 직전이었다.’ 파라마운트 간부들과 코폴라는 사사건건 부딪쳤고 그들은 자주 마피아처럼(?) 문제를 해결했다. 간부들은 툭하면 코폴라에게 자르겠다고 으름장을 놓기 일쑤였고 코폴라는 거기에 맞서 고집불통으로 싸우다가도 더이상 안되겠다 싶으면 상대가 알아채기 전에 뒤통수를 쳐서 원하는 배우를 캐스팅하거나 원하는 장면을 찍어냈다. 다만 이런 사실들은 얼마간 다 알려져 있고 이 책에서는 입문용 수위에 불과하다. 이 책은 <대부>에 관한 더 시시콜콜한 정보로 가득하며, 더 사소할수록 더 흥미롭게 읽히는 희귀한 즐거움을 준다.
“난쟁이 알파치노”(파라마운트 간부들이 그렇게 불렀다)를 조금이나마 더 크게 보이게 하기 위해 감독 코폴라가 스크린테스트에서 선택한 앵글은 앙각이었다. 저 유명한 결혼식 장면의 중요한 인물 중 한명인 가수 자니 폰테인은 분명 프랭크 시내트라를 연상시키는데, 실은 시내트라와 원작자 푸조 사이에는 좋지 않은 기억이 있었다(푸조의 증언에 의하면 시내트라가 어느 파티 자리에서 푸조에게 시비를 걸어왔는데, 거친 남부 이탈리아인 푸조가 보기에 얌전한 북부 이탈리아인 시내트라의 행동은 그야말로 “아인슈타인이 알 카포네에게 칼을 휘두르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짓이었다). 대부에게 부탁을 하기 위해 대사를 연습하는 레니 몬타나의 장면은 실제로 아마추어 배우였던 그가 대사를 자꾸 까먹는 것에 착안하여 코폴라가 넣은 장면이고, 레니 몬타나는 처절하게 목 졸라 죽는 장면에서 전직 프로레슬러 시절에 익힌‘목 근육 비틀어 얼굴로 피 몰리게 하기’ 기술로 그 끔찍함을 완수해냈다.
<대부>가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 후보에 올랐을 때 프로듀서 알 루디는 시상자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장난처럼 이렇게 부탁했다고 한다. “이봐, 이렇게 해줘. 최우수작품상 수상자는… <대부>의 알 루디! 그러고는 즉시 그 쪽지를 씹어먹는 거야. 누가 알겠어?” <카바레>가 대다수 부문을 휩쓸던 그해, 이스트우드의 입에서 나온 최우수작품상은 정말 <대부>였다. 진짜 수상작이었으니 다만 종이를 씹어먹을 필요가 없었을 뿐이고 <대부>는 마침내 의심할 수 없는 영화사의 명작으로 지금까지도 기록된다. 그 덕에 우리는 지금, 할리우드 최악의 스캔들이 될 뻔했던 이야기들을 할리우드 최고의 긴박감 넘치는 제작과정으로 다시 읽게 된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에는 <대부>의 명대사들이 실려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대사가 있다. 콜레오네 가문 사람들은 무언가 상대방 조직과 중요한 거래를 할 때 이렇게 말하곤 한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영화 속 그 말은 종종 협박이었는데 지금 우리에게 이 말은 유혹이다. <대부>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바로 거절할 수 없는 제안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