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 깁슨이 유대민족의 영웅 ‘유다 마카베오’에 관한 영화 계획을 발표했다. 2006년 <아포칼립토> 이후 오랜만의 연출작이다. 유다 마카베오는 구약성서 ‘마카베오’편의 인물로, 기원전 2세기 유대인을 이끌었던 지도자다. 당시 예루살렘을 이민족의 침공으로부터 막아낸 영웅이자 현대에 와서 시온주의자들에게 가장 상징적인 인물이다. 멜 깁슨은 <원초적 본능>의 시나리오작가인 조 에스터하스와 함께 영화화 작업에 착수했는데, 에스터하스는 유대인을 소재로 한 코스타 가브라스의 <뮤직 박스>(1989)의 시나리오를 쓴 작가이다. 멜 깁슨의 유대인 찬양에 대해선 논란이 분분하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로 반유대주의자로 몰려온데다 음주운전을 한 상태에서 유대인 비하 발언을 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멜 깁슨이 <브레이브 하트>(1995)에서 중세 스코틀랜드 영웅 윌리엄 월레스를 묘사한 적은 있지만 유다의 영화화는 ‘영웅’보다는 ‘유대인’이라는 데 더 크게 방점이 찍혀 있다. 친유대주의 단체 ADL(Anti-Defamation League)의 아브라함 폭스맨은 “유대교에 대한 어떤 존중도 없는 사람이 유대인 최고의 영웅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고 연기를 한다는 것은 졸렬하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유대주의자들에게 빈축을 살 것이 뻔함에도 멜 깁슨이 유다를 영화화하는 이유는 그가 할리우드에 발을 붙이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으로 보인다. 반유대주의자와 음주운전의 구설로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미디어가 등을 돌리는 등 최근 그의 행보는 악재투성이였다. <행오버2>의 타투아티스트 출연이 무산된 데 이어, 조디 포스터가 연출한 <비버>가 칸에서 공개되며 호평을 얻었지만 흥행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게다가 직접 제작과 주연을 겸한 신작 <내가 어떻게 여름방학을 보냈는가>의 미국 배급 역시 불투명한 상태다. 계획대로 진창에서 빠져나온 그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