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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talk] 뉴욕은 월드 시네마에 대해 더 배워야 한다
2011-09-20
글·사진 : 양지현 (뉴욕 통신원)
48년 역사의 뉴욕필름페스티벌 프로그램 디렉터, 리처드 페냐

뉴욕엔 국제적인 영화제가 없다고? 토론토국제영화제가 북미 최대의 영화제로 부상하긴 했지만 뉴욕은 여전히 북미를 대표하는 영화의 도시 중 하나다. 당연히 트라이베카영화제 등 수많은 영화제가 연중행사로 이어진다. 1963년부터 시작된 뉴욕필름페스티벌(NYFF) 역시 뉴욕을 대표하는 영화제 중 하나로, 올해는 9월30일에 개막해 10월16일까지 다양한 뉴욕의 영화 팬들을 찾는다. 지난 1988년부터 NYFF의 프로그램 디렉터를 맡고 있는 리처드 페냐를 만나서 영화제의 이모저모를 들어봤다. 현재 링컨센터 필름 소사이어티의 다양한 프로그램에도 관여하고 있는 그는 컬럼비아대학 영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공영방송 <WNET/Channel 13>의 프로그램 <Reel 13>의 공동 진행도 맡고 있다.

-올해는 영화제 상영관이 바뀌었다. 4년간의 공사 끝에 오픈한 엘리노어 버닌 먼로 필름센터에 대해 설명을 부탁한다.
=신작은 물론이거니와 과거 뉴욕영화제나 다른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소개됐지만 반응이 좋았던 영화들까지도 소개할 수 있는 공간이다. 오픈한 지 두달도 안됐는데 매진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아직 극장에 대해 모르고 있는 뉴요커도 많기 때문에 지속적인 홍보도 하고 있다. 하지만 일단 이 극장을 알게 된 관객이라면 반드시 다시 찾아줄 것이라고 믿는다. 필름 소사이어티 멤버가 4천명이 넘는다. 우리는 그들에게 메시지와 이메일을 보내주고,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한 홍보도 한다. 먼로 필름센터에는 현재 2개의 스크린과 강의실 등이 있고, 레스토랑은 NYFF 개막식과 함께 열 계획이다. 영화제 프로그램에 따라 메뉴가 바뀐다. 강의실은 뉴욕시 공립학교와 연계한 프로그램 등에도 활용할 예정이다. 현재 미국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라서 정부가 문화 프로그램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을 낭비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다양한 월드 시네마를 어린 학생들에게 소개한다면 그 문화적 영향이 얼마나 크겠는가. 지금 다른 국가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출품작들의 성향은 어떤가.
=대립상태를 보여주는 작품이 유난히 많다. 단순히 감독의 정치적 성향을 보여주기보다는 오히려 반대편의 성향을 이야기하는 작품을 많이 볼 수 있다. 이제 감독들은 단순히 지켜보기보다는 직접 영화를 통해 정치에 참여하는 쪽으로 돌아선 것 같고. 상당히 강한 성명을 보여준 작품도 있다. 양쪽의 의견을 다 보여주기보다는 한쪽 의견만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났다고나 할까. 물론 모든 영화를 정치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특히 올해는 심화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이 있나.
=데뷔작들이 몇편 있다. 이스라엘 감독 나다브 라피드의 <폴리스맨>은 창의적이고 대담하다. 상영 뒤 많은 토론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 영화는 두 섹션으로 나뉜다. 처음은 엘리트 경찰 유닛의 이야기, 두 번째는 정치적 성향의 운동가들이 부자를 납치하려는 이야기다. 두 이야기가 결국 하나로 뭉뚱그려지면서 이스라엘 사회의 분기점을 보여준다. 인종과 사회계급을 다룬 스웨덴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의 <플레이>도 훌륭하다. 앞으로 영화계에 기록될 새로운, 젊은 감독들의 출발을 지켜보는 것 같아 자랑스럽다.

-올해는 한국 작품이 하나도 없다.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영화가 별로 없다. 터키와 이스라엘, 이란 등을 제외한다면…. 열심히 작품을 찾았지만 동북아에서는 불행하게도 선정할 작품이 없었다. 메인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일본 닛카쓰 영화사의 회고전은 있다.

-그렇다면 지난 1년간 아시아영화가 침체됐다고 보는가.
=베를린이나 칸, 베니스영화제 등에서 소개된 아시아영화의 수를 예로 들면서 우리가 놓친 작품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겠다. 하지만 영화제가 반드시 국가별 편수를 정해놓고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어떤 해에는 10여편의 아시아영화가 소개되지만 올해처럼 전혀 없을 수도 있다.

-개막작인 로만 폴란스키의 <대학살>은 뉴욕을 배경으로 한 것이 선정에 영향을 미쳤나.
=그렇지 않다. 우리 모두 그 작품을 좋아했기 때문에 결정했다. 뉴욕과 관련된 요소가 있으면 좋기는 하지만 그게 선정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지난해의 개막작 <소셜 네트워크>도 뉴욕이 배경은 아니다. <대학살>도 뉴욕 이야기지만 촬영은 거의 프랑스에서 이뤄졌다. 저명한 연극을 바탕으로 한 1급 예술 작품이고 좁은 아파트라는 배경을 십분 활용했으며 출연배우 4명의 명연기도 빠질 수 없었기 때문에 개막작으로 선정했다.

-그 밖에 갈라 작품들은 뭐가 있나.
=폐막작은 알렉산더 페인의 신작 <The Descendants>다. 조지 클루니가 주연이고 19세기부터 하와이에 정착한 백인 가족의 이야기다. 페인의 전작들처럼 유머가 많고 따뜻하다. 내 생각에 알렉산더 페인은 아주 훌륭한 휴머니스트이고, 인생의 복잡함을 캐릭터의 장단점을 통해 사랑스럽게 표현할 줄 안다. 그외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댄저러스 메소드>와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스킨 아이 리브 인> 등이 소개된다.

-올해 출품작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한국영화에 대해서 묻고 싶다.
=특정 작품을 고르는 것은 어렵지만 이창동, 홍상수, 박찬욱, 봉준호 등 좋아하는 감독들이 많다. 새로운 감독이나 기존 감독들의 좋은 작품도 계속 나올 것으로 본다. 내년에는 이만희 감독의 회고전을 열 계획이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해 상영작 결정 작업을 했다. 10편을 상영하게 될 듯하다. 한국영화에서는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누군가가 보물상자를 열어놓은 것 같다고나 할까. 몇년 전 김기영 감독의 회고전을 했다. 당시에도 반응이 좋았지만 이제 뉴욕에서 <하녀>(1960)는 컬트영화가 됐다. 뉴욕영화제의 관객은 좀처럼 접하기 힘든 영화를 관람하고는 고마워할 때가 있는데… 창피하다. 좋은 영화를 보여주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웃음)

-개인적으로 영화제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작품을 관람하나.
=수없이 많이 본다. (웃음) 오랫동안 영화제를 해왔기 때문에 15∼20분을 보면 우리 영화제에 맞는지, 혹은 전혀 맞지 않는지를 알 수 있다. 판단이 서면 다른 작품으로 바로 넘어간다. 물론 흥미로운 작품을 접하게 되면 뉴욕영화제와 맞지 않아도 링컨 필름 소사이어티에서 주관하는 다양한 페스티벌과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에 추천하기도 한다.

-한번 이상 보는 영화가 있나.
=(컬럼비아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니 수업과 관련해서 다시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창동 감독의 <시>를 최근 다시 봤는데 참 좋은 작품이다. 이만희 감독의 작품도 그렇고. 나는 늘 배우려는 입장이다. 특히 옛 한국영화는 기록 보관 작업도 잘되어 있는 편이고 자막 처리도 좋아 나 같은 사람에게 편리하다.

-원래 NYFF는 커뮤니티를 위한 영화제다. 지금까지 해오면서 변화한 점이 있다면.
=영화제의 기본적인 틀은 변함이 없다. 세계에서 선별한 소수의 작품을 17일간 링컨센터에서 상영한다는 것 말이다(올해는 27편 상영). 변화한 지점이라면 과거보다 더욱 국제화됐다는 것이다. 물론 테크놀로지의 발전도 이유가 되겠지만 시네마 자체의 역할이 변했기 때문이다. 올해만 해도 이란, 이스라엘, 터키 등 과거에는 월드 시네마의 레이더에조차 잡히지 않았던 국가의 작품들이 소개된다. 이제는 이 같은 작품을 DVD나 다른 디지털 포맷으로 접할 수 있게 된 덕에 영화제 자체도 폭이 넓어진 거다. 관객 역시 변했다. 원래 맨해튼 어퍼웨스트 사이드 주민들이 주를 이뤘는데 영화제의 폭이 넓어지면서 다양한 지역사회 관객이 늘어났다. 사람들이 월드 시네마에 대해 더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뉴욕이 미국에서는 진보적이라지만 유럽,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할 때 아직도 보수적인 면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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