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도약의 기운을 느껴봐
2011-09-21
제7회 인디애니페스트 남산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9월 27일까지
<숙녀들의 하룻밤>

올해는 한국 장편애니메이션의 잇단 개봉 소식과 <마당을 나온 암탉>의 흥행 성공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한 해였다. 특히 올해 개봉한 작품들의 작품성과 완성도는 예전 작품들과 달리 기획력 부족에 대한 우려를 씻어버렸다. 이처럼 새롭게 도약하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이야기할 때 놓칠 수 없는 중요한 행사가 인디애니페스트다. 국내의 많은 작품이 관객을 만나지 못하는 현실을 극복하고 작품 배급의 활로를 개척하기 위한 영화제다. 올해는 작품공모부문인 독립보행, 새벽비행, 무지개극장을 비롯해 국내초청과 해외초청으로 구성된 13개 섹션에 총 110편의 작품이 영화제 기간 중 관객을 만난다. 그 외에도 개·폐막식을 비롯한 사랑방토크, 전시, 날애니공모전 상영회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들이 마련되어 있다.

올해 개막작은 <Natural Urban Nature>(강민지)와 <숙녀들의 하룻밤>(한병아)이다. 매년 새로운 작품으로 영화제를 찾는 강민지 감독의 작품은 대도시의 생활 속에 규격화되고 정해진 삶에 갇힌 직선적 패턴을 자연의 본질적인 속성인 무한대의 곡선 이미지와 대비해 표현하고 있다. 오랜만에 만나는 한병아 감독의 작품은 여섯명의 ‘나’가 각자의 이야기를 꺼내놓고 서로 공감하거나 이해해주며 스스로 상처를 달래고, 잊어버렸던 과거와 미래와 이상이 어떻게 변해 현재에 이르렀는가를 1인칭 시점의 다큐멘터리처럼 드러내고 있다. 인디애니페스트 릴레이 애니메이션 2기 작품인 <사공이 많으니까>는 개막식과 무지개극장에서 상영된다. 17팀의 작가들이 모여 ‘물’이 가진 의미를 여러 가지 기법과 이미지로 표현한 작품이다. 사공(감독)이 많아도 물은 자연스럽게 흘러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올해는 다양한 해외 애니메이션을 영화제 기간 중에 만날 수 있다. 특히 아시아 프리미어로 공개되는 <빌 플림턴의 이상한 모험>은 안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첫 상영된 작품이다. 자신의 가능성과 열정만을 믿고 독립애니메이션이란 무모한 도전의 길을 택했던 감독은 결국 자신만의 독특한 유머와 색다른 시각, 종이와 연필만을 가지고 플림툰즈라는 위대한 작품 세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영화제 공식 게스트로 초청된 미즈에 미라이 감독의 일본 인디레이블 CALF(카프) 작품들이 상영된다. CALF는 일본의 젊은 애니메이션 작가들이 모여 만든 레이블로, 작품집 발매와 함께 일본뿐만 아니라 해외 영화제에서도 상영과 다양한 이벤트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룹이다.

<Natural Urban Nature>

인디애니페스트만의 독특한 경쟁부문이 ‘독립보행’과 ‘새벽비행’이다. ‘독립보행’의 <View Point>는 어릴 적 입은 상처로 인해 자신의 머리카락 속으로 숨어버린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것을 제시한다. <City>는 단단한 건물과 사람들을 둘러싸고 있는 외형적인 것들을 모두 벗어버리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진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아무도 아무것도>는 꿈을 함께 키웠던 친구들이 모두 떠나버리고, 자신도 점점 세상을 부정하게 되는 주인공의 이야기로,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고 생각해보았을 질문을 던지고 있다. ‘새벽비행’에서는 이별의 감정을 서정적인 음악과 영상으로 담아낸 2D애니메이션 <반짝반짝>, 늦게 온 한 영혼을 놓고 천사와 악마가 서로 책임을 미루다 생긴 해프닝을 그려낸 3D애니메이션 <오 마이 갓>, 벽에 등을 붙여야만 하는 강박증을 가진 환자의 이야기인 퍼펫애니메이션 <여보세요?>, 출근 준비에 바쁜 엄마와 함께하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컷아웃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아침 식탁> 등 다채로운 기법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이외에도 애니메이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들을 모은 ‘형형색색’과 남녀노소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을 모은 ‘家家호호’ 등의 섹션도 빼놓을 수 없다. 상영 프로그램 외에도 사랑방에서는 장편애니메이션 토크와 10초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QR코드영화제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젊은 스튜디오 쉘터와 요그의 토크도 마련되어 있다. 자세한 내용은 영화제 홈페이지(http://www.ianifest.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 최유진 인디애니페스트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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