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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talk] 강우석과 강철중은 죽지 않았다
2011-10-04
글 : 강병진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제작연도 붙여 시리즈 이어갈 <공공의 적> 연출자, 강우석 감독

강철중은 사라지지 않았다. 시네마서비스가 주최한 <공공의 적 2012> 시나리오 공모전 시상식이 지난 9월27일 CGV왕십리에서 열렸다. 윤종민 작가가 상금 3천만원의 당선작으로, 박선주 작가가 상금 1천만원의 가작으로 선정됐다. <공공의 적> 시리즈를 연출해온 강우석 감독은 이날 행사에서 네 번째 <공공의 적> 시리즈의 연출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앞으로 제목에 그해의 연도를 붙여서 시리즈를 만들겠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연출을 그만둘 때까지 <공공의 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행사에 참여한 배우 설경구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나는 <공공의 적>을 그만했으면 했던 사람 중 한명이다. 나에게는 1편이 워낙 강렬해서, 솔직히 2, 3편은 성에 차지 않았다. 나도 나이를 먹고 강철중도 나이를 먹겠지만 그래도 강철중의 성깔은 그대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우석 감독에게 새로 태어날 강철중에 대한 밑그림을 물었다.

-굳이 공모전을 통해 <공공의 적>의 시나리오를 찾은 이유는 무엇이었나.
=처음에는 시리즈물을 공모한다는 게 말이 되나 싶기도 했다. 나는 관객과 작가지망생들에게 그들이 어떤 <공공의 적>을 원하는지 듣고 싶은 마음이 컸다. 몇편의 시나리오가 들어오든 간에 나를 독려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내가 모르고 지나갔던 걸 그들이 알고 있지 않을까 싶더라.

-공모전에 참여한 시나리오들이 그에 걸맞은 만족감을 주던가.
=나보다도 더 많이 알고 있더라. 대사는 물론이고 캐릭터의 세세한 부분까지 외우고 있는 작가들이 많았다. 이들이 나보다 강철중에 대해 더 많은 걸 봤구나 싶었다. 내가 <공공의 적>을 망가뜨리지만 않으면 꾸준히 갈 수 있을 것 같더라. 이번에 나온 당선작도 ‘이거다!’라는 느낌보다는 이 정도 구성이면 지금 시대에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으로 선택했다. 출품된 시나리오 중에는 영화로 옮기기는 좀 어려울 것 같아도, 글을 잘 쓰는 작가들의 작품이 많았다. 그들에게도 충분한 격려를 해주고 싶어서 전체 4천만원인 상금을 400만원씩 10명에게 나눠주는 걸 고민하기도 했다. 주변에서 강력하게 반대하기에 그러지는 않았지.

-제목이 <공공의 적 2012>로 확정된 건가? 3편은 <강철중: 공공의 적1-1>이었는데.
=프로듀서가 지은 거다. ‘1-1’로 붙이면서 내가 헷갈리게 만들어놓은 걸 정리하자는 거다. 앞으로는 그 해의 연도를 붙일 거다. 만약 5번째 <공공의 적>이 2018년에 나오면 <공공의 적 2018>이 되는 거다.

-그럼 <공공의 적 2012>의 강철중은 형사인가, 검사인가.
=형사다. 공모전에 출품된 시나리오가 모두 1편의 강철중을 그리더라. 이문식이나 유해진이 연기한 조연 캐릭터도 모두 1편의 캐릭터에서 가져온 시나리오가 많았다. 역시 1편이 제일 기억에 남아 있나 보더라.

-4편이므로 나이가 많은 강철중을 그린 시나리오가 많았겠다.
=배경은 지금인데, 강철중만 나이가 든 거지. 어떤 시나리오는 강철중이 반장으로 나오는 것도 있었다. 아예 경찰을 관두고 사회부적응자로 살다가 어떤 사건 때문에 다시 경찰로 돌아오는 이야기도 있었고. <공공의 적>의 프리퀄도 있었다. 선정된 작품들은 내가 결정하기 전에 CJ를 포함해 몇몇 투자사에 보내 미리 읽혀봤다. 혹시 터무니없게 보이지 않을까 했는데, 다들 재밌다고 하더라. 일단 어색하지 않다는 이야기인 거다. 물론 혹시 모르지. <나는 조선의 왕이다> 때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내가 또 화낼까봐 그런 건지. (웃음)

-출품된 시나리오들이 그리는 ‘공공의 적’은 대체로 어떤 성격이었나.
=지금의 사회현상과 비슷하다. 요즘 양극화가 심하지 않나. 가진 자에 대한 저주에 가까운 분노가 많이 담겨 있더라. 만약 내가 그대로 만들면 왜 저렇게 편협하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 그래서 4편은 “저게 공공의 적이 맞냐?”고 의구심을 가져도 결국 있을 수 있는 이야기, 사회가 보이는 이야기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거다.

권병균 시네마서비스 대표, 배우 강신일, 윤종민 작가, 배우 설경구, 박선주 작가, 강우석 감독(왼쪽부터).

-4편의 공공의 적이 도대체 누구기에.
=일단 시나리오를 수정해놓고 얘기하겠다. 내가 지금 시네마서비스를 옛날처럼 벌여놔서 수습할 시간이 필요하다. ‘2012’를 붙인 건 일단 2012년에 개봉하자는 건데 2013년에 개봉해도 크게 어색하지 는 않을 거다. 그리고 이건 설경구가 싫다고 하면 엎어야 하는 영화 아닌가. 강신일씨를 주인공으로 할 수도 없고. 그런 스케줄 등 여러 고려를 하고 있는데, 가능하면 내년 상반기에 시작해서 겨울이나 이듬해 초에는 개봉하려 한다.

-원래 나오던 조연은 이번에도 모두 등장하나.
=다 나온다. 그리고 더 많은 조연이 나올 거다.

-한국의 시리즈영화 가운데 4편까지 한 감독이 연출한 사례는 없다. <투캅스>도 2편까지만 연출했지 않나. 혹시 다른 감독에게 맡겨볼 생각은 없었나.
=그건 안되지. 내가 옛날에 맡겼다가 실패해본 적이 있으니 안된다. 그보다는 강철중의 세대교체를 고민하는 중이다. 경구한테도 말했다. 이번이나 다음번 정도에는 반장을 하다가 명예롭게 죽는 게 어떠냐고. 그러면서 새로운 강철중이 등장하는 거다. 더 젊은 강철중이 자기가 본 공공의 적을 쫓아다니면 시리즈도 더 젊어지지 않겠나. 이를테면 마지막에 새로 부임해온 애가 있는데, 그 애 이름도 강철중인거야. 그러면 설경구가 “너도 강철중이냐? 그러면 나 다음부터 안 나오는 거냐?” 이렇게 코미디로 풀 수도 있는 거고. 어느 순간이 오면 경구에게도 강철중이 짐이 되지 않겠나. 생각은 하고 있는데, 아직 매듭을 지은 건 아니다.

-<공공의 적> 시리즈가 앞으로 계속 흥행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나.
=시네마서비스가 어려울 때마다 들고 나올 수 있는 카드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200만명 정도 들어도 손해보지 않는 선에서 만들면 이후에도 시리즈는 계속 갈 수 있다. 사실 내가 <투캅스>를 길게 하지 못해서 후회가 많았다. 시리즈로 만들기는 최고였는데, 내 영화보다도 다른 영화 기획에 몰두하면서 시간을 놓쳐버린 거다. 박중훈은 지금도 왜 자꾸 <공공의 적>만 만드냐고 한다. 파이널이라도 만들고 끝을 내라는 거야. 그런데 그 시나리오를 또 누가 써주겠나. <공공의 적>은 <투캅스>보다 더 시대와 같이 자랄 수 있는 소재일 거다. 시대에 따라 범죄도 자라게 마련이니까. 가장 두려운 건 불명예 은퇴다. <나는 가수다>에서 윤도현이 떨어지던 거 봤나? 명예졸업을 할 수 있었는데, 정말 슬프더라. 내가 만드는 <공공의 적>도 사람들이 이거 뭐냐, 미친 거 아니냐, 똘아이다 이러면 더 이상 만들 수 없는 거다. 덜 새롭거나 투박해도 역시 코미디는 강우석이라는 이야기가 나와야 할 거다. 강철중과 강우석, 둘 다 죽지 않았다 정도가 <공공의 적> 시리즈가 받아야 할 평가의 마지노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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