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힘든 와중에 이렇게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록 법정에서의 판결은 끝났지만 영화를 통해 다시 여론이 불붙게 된 것은 정말 다행입니다.
=네, <도가니>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문제점을 공유하게 된 데 대해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 아니 기쁘다는 표현은 좀 그렇고요, 아주 잘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여름에 문제가 됐던 그 학교가 교명을 변경하고 세탁하려고 했다가 무산된 일이 있는데, 아직 정신 못 차렸다는 얘기죠. 다시는 그런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사건의 진상을 공유해야 합니다. 계속 공유해야 합니다.
-무진 자애학원을 생각하시면 지금도 자다가 벌떡벌떡 깨신다고….
=왜 안 그렇겠습니까. 제가 자애학원 대머리 트윈스에게 학교발전기금으로 피 같은 보증금 5천만원을 뜯겨서 이렇게 화를 내는 게 아닙니다. 아, 그리고 이제부터는 그냥 광주 인화학교라고 하지요. 사실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인데, 아무리 인터뷰에서 제가 그대로 얘기해도 기사에는 ‘한 특수학교’라고 나가더라고요. 굳이 숨길 필요가 뭐 있겠습니까. 이렇게 학교 이름도 공유하고 다 공유해야 합니다.
-그러잖아도 인터뷰하기 전 그 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들어가봤습니다. 분명 항의성 글로 도배돼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정말 깨끗하더군요. 게시물이 올라오는 족족 삭제하고 있나봐요.
=저도 압니다. 아마 4월 이후 게시물이 하나도 없을 거예요. 근거없는 비방과 욕설 게시물은 일방적으로 삭제한다는 공지글만 있을 거예요. 저도 뭐라도 남기려고 들어갔다가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들을 봤더니 화가 나서 정말. 항의글 남기러 홈페이지 가봤자 아무 소용없어요. 못된 윤자애 선생 같은 사람이 하루 종일 영화처럼 사나운 얼굴로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겠죠. 그러고 보니 그런 사실도 공유해야 합니다.
-그 윤자애 선생 생각만 해도 정말. 저도 모르게 주먹이 꽉 쥐어지네요. 박 선생하고 같이 어디 좀 파묻어버리고 싶어요.
=박 선생은 다시 슬그머니 복직한 거 아시죠? 언제 한번 제대로 붙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게 너무 안타까워요. 아이들 팰 때마다 시계를 풀었는데 아이들이 그 시계 푸는 소리도 못 들었던 걸 생각하면 흑….
-요즘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나요? 이제는 좀 충격이 가시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요.
=안타까운 건 사건의 실제 주인공 아이들이나 영화 속 아이들이나 청소년 관람불가인 <도가니>를 볼 수 있는 나이가 아직 아니라는 점입니다. 하긴 그건 안타까운 게 아니라 당연한 일이죠. 그들이 나중에 성인이 됐을 때 보면 무슨 생각을 할지. 이게 2000년대에 벌어진 일이라는 게 너무 부끄럽지 않나요?
-구구절절 맞는 말씀이십니다. 그럼 자리를 옮겨 도가니탕이라도 드시면서….
=그러고 보니 아이들이 이상형 월드컵하면서 강동원을 택하며 저를 16강에서 떨어트렸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요, 먹으면서 얘기합시다. 다 함께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일 아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