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그대만> Always
송일곤│한국│2011년│108분│개막작
찰리 채플린의 <시티 라이트>를 오늘날의 한국에서 재현해보고 싶다는 감독 송일곤의 염원에서 빚어진, 치명적 러브 스토리. 영화는 현재 주차장 요원으로 살고 있으나 한때는 잘나가던 복서였던 남자 철민(소지섭)과, 실명의 위기에 처했으나 유능한 텔레마케터인 여자 정화(한효주)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과거의 ‘어떤 사연’이 그들을 필연적으로 연결시킨다.
그 사연이나 탄생 모티브 등으로 인해 일련의 기시감이 영화에 감돈다. 기시감들은 이 운명적 멜로에 친숙함과 식상함을 동시에 안겨준다. 영화는 통속적일 대로 통속적이다.
통속적인 건 그러나, 영화의 외연적 층위에서 그렇게 비칠 뿐이다. 소지섭-한효주 투톱의 매력이 발군이리라는 것쯤은 굳이 강변할 필요 없을 듯. 두 스타는 더 이상 바랄 것 없는 호연을 선사한다. 빈말이 아니라, 그 커플은 철민과 정화를 ‘산다’.
디테일에서의 극적 비틀기 및 정교한 연출 스타일 등이 통속 멜로를 비통속적으로 비상시킨다. 눈이 멀어져가는 결정적 장애에도 당당하게 살아가는 여주인공이라는 설정부터가 그렇다. 그 여인이, 자신과도 관계있는 남자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건 어떤가. 남자는 복서였건만 함부로 주먹을 휘두르지 않는다. 그는 화가 치밀 대로 치밀 법한 순간에도 인내할 줄 안다. 그가 끝내 주먹을 쓰는 건 ‘오직 그대만’을 위해서다.
감독 특유의 생략·절제도, 이런 유의 멜로물에서 쉽사리 목격할 수 없는, 어떤 경지를 부여한다. 일찍이 말했듯, “영화는 말과 액션을 남발하지 않으면서, 클라이맥스를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간다. 정점에서 구사되는 철민의 액션은 <영화는 영화다>의 비장미·폭발력을 압도한다. 감독은 또 감각적이나 결코 피상적이지 않은, 주목할 만한 비주얼·사운드 디자인으로 영화에 격을 부여한다”.
<꽃섬> <거미숲> <마법사들> 등을 통해 송일곤 감독이 전작들에서 선보였던 정적인 스타일을 이번에도 반복한다는 건 물론 아니다. 롱 숏, 롱 테이크 위주로 응시하곤 하던 예의 연출 스타일을 넘어, 캐릭터들의 호흡을 충실히 따른다. 그 호흡이 대중성을 부여하며, 영화의 재미를 보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