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첫사랑을 떠올려보세요”
2011-10-06
글 : 이화정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개막작 <오직 그대만> 주연 소지섭

시너지 효과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영화의 전당 개관, 거기에 한류스타 ‘소지섭’이 더해졌다. 단 7초만의 기적 같은 개막작 매진사태는 이렇게 도출됐다. “개막작은 원래 빨리 매진되잖아요.”라며 자신의 역할을 거부하지만 이내 “너무 영광스럽고 좋은 일이다”라며 관객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부산국제영화제와는 <영화는 영화다> 이후 두 번째 인연. “부산하면 영화인들과 술 마시는 분이기인데 전 워낙 술 마시는 분위기에는 약한 편이예요. 마음 놓고 즐기진 못했죠. 올해는 즐거운 무언가를 할 수 있을까 도모해 보려고 해요.”

개막작 <오직 그대만>은 소지섭이 오랜만에 도전하는 정통멜로다. 과거의 과오 때문에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가는 전직 복서 ‘철민’이 시력을 잃어가는 여자 정화(한효주)를 만나 외로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뜸들이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이 영화는 아픈 사랑만을 체에 걸러 담는다. 오직 한 여자만을 위해서 헌신할 줄 아는 남자. 차가운 심장을 가진 사내가 사랑을 통해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어가기까지, 소지섭은 철민의 눈과, 입, 몸이 가진 인자 하나하나를 촘촘히 자신에게 각인시켜 나간다. “철민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남자이지만, 좀 밝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굳이 다른 작품을 참고하진 않았어요. 제 경우엔 레퍼런스가 있다면 어느새 무의식중에 그걸 쫓게 되더라고요. 철민 그 자체의 모습을 찾고자 노력했어요.”

내적인 변화뿐만 아니다. 복서라는 설정 때문에 촬영 전부터 권투연습도 많이 했다. 촬영 전 연습하다 늘어진 인대 탓에 아직도 통증이 오지만, 그는 육체적 수고에 대해선 말을 아끼려 한다. “그보다 힘든 건 노출이었어요. ‘몸짱’이라는 이미지. 그게 오히려 저에겐 부담이 되더라고요. 이젠 나이도 먹고 힘들어요(웃음).” 말마따나 우리가 아는 대로 그간 그는 군대를 다녀왔고, 30대 중반의 연기자가 되었다. 기존의 이미지를 불식시킬 복안이 필요한, 연기 2라운드에 접어든 셈이다. “이제 연기가 직업이 되고 현실이 됐어요. 저도 열심히 일하면서 기반을 닦을 때가 된 거죠. 잘하고 싶고, 스스로에게 쪽팔리지 않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미 다음 작품으로 영화 <회사원>을 촬영 중인 그는 전에 없이 바쁘다. “찾아 줄 때 많이 해야죠.(웃음)” 부쩍 욕심을 내는 모습에 무뚝뚝하고 차갑게만 보이던 그에게서 온기가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그는 <오직 그대만>을 봐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요즘 세대는 사랑에 관해선 무디잖아요. 제 나이, 혹은 그전 세대가 가졌던 아날로그적인 사랑을 꺼내주고 싶었어요. 일부러 울어달라는 부탁은 안 해요. 영화를 보고 각자의 첫사랑을 떠올리면서, 사랑에 대한 고전적인 정의를 되새겨 보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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