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찬일 프로그래머는 올해 처음 한국영화 부문을 맡았다. 변화의 목표는 “외연 및 내포의 확장, 다양성 제고”였다. “오래전부터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의 경계가 느슨해지고 있었다. 그래서 한국영화의 오늘에서도 파노라마는 상업영화, 비전은 독립영화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려 했다. 파노라마에서 한국영화의 흐름을 확인하는 기회를 만들려했다면 비전은 단지 뉴 커런츠나 파노라마의 서브 섹션이 아니라 앞으로 기대해야할 감독들의 영화를 중심으로 꾸렸다.” 신예감독 8명이 만든 옴니버스 영화 <키스>가 <써니>나 <고지전> 같은 작품과 함께 상영되는 게 그 때문이다. 비전 부문에서는 “저예산 3D영화인 <물고기>의 박홍민 감독과 <복숭아 나무>를 연출한 배우 구혜선이 주목해야 할 감독”이다.
지난해까지 플래시 포워드 부문을 맡았던 그는 한국영화 프로그램을 통해 신선한 경험을 했다. “외국영화와 달리 한국영화는 일단 가편집본을 봐야했다. 20년 동안 학생들에게 편집과 사운드로 달라지는 영화의 힘을 강조해왔는데, 나중에 완성본을 봤을 때의 느낌이 처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 놀라웠다. 영화에 대한 인식이 바뀔 정도였다.” 장애와 다문화를 다루는 영화들이 소재주의에서 벗어나 그들의 일상을 성숙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도 뜻밖의 발견이었다. 그는 “발견을 단지 젊은 감독들의 영화에만 한정짓지 말자”며 특별상영되는 <마스터클래스의 산책>을 추천했다. “이두용, 이장호 등 5인의 거장감독이 만든 옴니버스 영화다. 특별상영 부문인 것이 아쉬울 정도로 영화적인 감흥이 큰 작품이다. 이렇게 거장의 작품에서도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다는 게 영화제의 매력일 거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