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부산, 유아인의 박하사탕
2011-10-07
글 : 김혜리
사진 : 백종헌
<완득이> 배우 유아인

나이에 비해 터무니없이 앳되어 천연덕스레 열 일곱 소년을 연기하지만, 말간 외양 안쪽에는 해묵은 영혼이 도사리고 있는 배우 유아인. 어떤 날의 그는 리버 피닉스처럼 눈부신 햇살 속으로 총총히 사라져 버릴 듯하고, 다른 날에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처럼 위태로움을 끌어안은 채 스크린 속에서 질기게 나이들어 갈 것도 같다. 16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시네마 부문 상영작 <완득이>는 유아인의 다섯번째 영화다. 길지 않은 필모그래피 중 세 편을 들고 해마다 본인의 생일 즈음 영화제를 찾았던 유아인에게 부산은 연기 인생의 마디같은 이벤트이기도 하다. 11회 영화제에 소개됐던 데뷔작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속 종대와 <완득이>의 완득을 견주어 보면 적어도 스크린 속에서 유아인의 시간은 매우 느리게 흐르고 있다. 태어난 순간이 가장 완전하고 이후의 삶은 조금씩 닳고 부서져가는 과정이라고 믿는 그의 무의식에 부응이라도 하듯. 그래서 거슬러 더듬어보는 유아인의 부산 연대기.

2011년

<완득이>의 총 4400석 규모 티켓 매진. 유아인의 눈을 빛나게 하는 자극은, 숫자의 위세가 아니라 그처럼 많은 사람들이 더불어 관람하는 영화가 어떤 경험일까 하는 상상이다. “4천명이 한 자리에서 영화를 본다는 건 어떤 걸까요? 얼마전 서울에서 2천석 시사를 했는데 무대 인사 후 역시 맨 뒤에서 잠깐 영화를 봤거든요. 사운드가 거슬리네 싱크가 안 맞네 신경을 쓰고 있더라고요.(웃음) 객관화돼버린 내가 달갑지만은 않았어요.” 올해만큼은 영화제 놀러오는 보통 20대다운 즐거움도 기다린다. 개막식이 무려 생일인데 누가 뭐라하랴! “서울 친구들이 내려오고 부산친구들도 합류해 파티를 할 거예요. 친구들이 같이 볼 영화도 골라오겠다네요.”

2006년

배우 인생 첫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를 처음 스크린에서 보다. “GV가 따로 잡혀있었는데도 어서 영화를 보고싶어 해운대 숙소에서 남포동까지 꾸역꾸역 달려갔는데 심지어 늦었어요. 다행히 포스터의 제 얼굴을 알아보시고 들여보내줬죠. 객석 뒤에 내내 선 채로 봤는데, 반응이 어떤지 영화랑 내 연기가 어떤지 그 무엇도 필요없을만큼 푹 빠져서 봤던 좋은 기억이에요.”

스물 한두 살 무렵

일주일 동안 비 내리는 해운대 바다를 바라보며 내처 호텔 방에만 틀어박혀 있던 여행. “저한테는 오랫동안 부산이 해외였던 것 같아요. 비행기 안 타고 갈 수 있는 제일 먼 곳, 이국적인 곳.”

데뷔 전

연예인이 되겠다고 고향 대구를 떠나 서울로 가출했던 소년 엄홍식(유아인의 본명)이 마음을 잡지 못해 ‘재가출’을 떠난 도시가 부산이었다. “친구 만나고 며칠을 보내다 엄마한테 붙잡혀갔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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