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탈리아 영화계는 또 다른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극우 난봉꾼 베를루스코니 치하의 이탈리아가 정치, 사회적으로 가장 썩어빠진 시대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이 썩었으니 좋은 예술이 나올거”라던 백남준의 말처럼, 원래 사회가 썩으면 날 선 예술이 나오게 마련이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미래사자상을 받은 귀도 롬바르디의 <그곳>(LA-BAS - A Criminal Education)은 요즘 이탈리아 영화계의 가장 큰 화두인 남부 이탈리아의 불법 이민과 마피아 문제를 다루는 문제작이다.
-첫 장편영화로 불법이민자 문제를 다뤄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뭔가.
=실제 경험으로부터 나온 이야기다. 영화의 무대인 캄파니아 지역에는 2만명의 북아프리카 이민자들이 있는데 그중 절반이 불법 이민자들이다. 하루에 겨우 20유로를 받고 시골에서 막노동을 한다. 그들에게 일을 주선하는 것 역시 불법이다. 인권은 존재하지 않는다. 6년전에 두 명의 아프리카 이민자들을 만나 그들의 고통을 알게 되면서 영화로 만들 생각을 했다. 영화의 주연배우 역시 6년전에 만났던 그 친구들이다.
-요즘 이탈리아에는 불법이민자 문제를 다룬 영화가 쏟아지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인가.
=이민은 지금 이탈리아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현상이다. 지금 이탈리아 우파들은 이민자들에 대한 증오와 공포를 일부러 더 조성하고 있다. 우파 정당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상황이 약간은 변하고 있어서 최소한 이 주제에 대해서 영화를 만들 수는 있다.
-나폴리 지역 마피아를 다루는 부분을 보면서는 영화 <고모라>가 떠오르기도 했다.
=<고모라>와 같은 아파트에서도 촬영을 했다. 그런데 이탈리아 남부에서 리얼리즘적인 영화를 만들려 하면 꼭 정치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한번은 경찰에게 촬영현장을 들켜서 바로 중단을 요청받은 적도 있어서 비밀스럽게 촬영해야만 했다. 그런데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흑인 배우들이 계속 촬영할 건물을 들락날락거리니까 포르노 영화 현장으로 생각하더라.(웃음)
-현실 상황을 다룬 영화이긴 하지만 범죄 장르영화이기도 하다. 영향 받은 감독이 있나.
=프랑스 감독 자크 오디아르의 <예언자>다. 그 영화가 갱스터 장르를 리얼리즘적인 손길로 풀어내는 방식에 영향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