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열풍이 분명했다. ‘현빈의 연인’이란 수식어로 국내에 각인된 탕웨이였다. 그녀가 현재 중국을 대표할 가장 영향력 있는 여배우란 점을 감안할 때,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금성무와 함께 부산을 찾은 그녀 역시 자신이 유독 여성팬이 많은 남자배우들과 작업이 잦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 “레드카펫 들어올 때 난 감독과 남자배우 사이에 끼어있는 모양새다.(웃음) 그러나 그분들은 나보다 조명을 받아 마땅한 훌륭한 분들이다. 내가 분위기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려 한다.” 빈말같이 들리지만, 사실 돋보이거나 취하려 하지 않는 그녀의 배려는 함께 일한 김태용 감독도 인정한 자세다. 물론 스크린에서라면 다르다. <색, 계>의 왕치아즈와 <만추>의 애나, 탕웨이가 표현하는 ‘여성들’은 곧 극을 끌어나가는 주체였다. 에너지 넘치고 진취적이며 매혹적이었다.
그런 그녀가 <무협>에선 행동하는 견자단에게 반응하고 그를 받쳐주는 ‘리액션’의 연기를 감행한다. 살인범 리우(견자단)의 아내, 자신과 아이들을 버리고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전전긍긍하는 여자 ‘아유’. 일단 물리적인 등장 분량이 워낙 적기도 한데다 전작에서 보여준 이야기를 끌어가는 여성과도 한참 동떨어진 모습이다. 말 그대로 무협사극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여성상 그대로다. 그 점이 탕웨이에겐 전에 없는 도전이다. “무협영화는 온전히 남자들의 세계다. 여성은 동양적 사고방식의 현모양처, 누군가 내 가족을 헤치려면 암사자처럼 새끼를 지키는 엄마와 같다.” ‘어린애가 엄마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한 도전이었지만 힘들어서 오히려 도전할 의지가 났었다는 그녀다. 공리와 장쯔이 같은 중국의 여배우들이 수순처럼 거쳐 가는 무협액션 영화에 첫 발을 디딘 그녀. 그들 배우들에겐 한참 못 미친다며 겸손을 드러내는 그녀는 “내 필모그래피에 이번 작품이 어떤 의미일지 따지려 하지 않는다. 매 작품 한발 더 나아가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나는 진짜 연기가 좋다.”고 강조한다. 다음 작품은? “혹시 아는 분 있으면 일러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