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프랑스 대중영화의 새지평을 열다
2011-10-11
글 : 듀나 (영화평론가·SF소설가)
<더 레이디>로 돌아온, 뤽 베송의 영화세계 탐색
<더 레이디>

뤽 베송은 모든 규격에서 조금씩 떨어져 있는 사람이다. 그는 프랑스 영화를 만들기 싫어하는 프랑스 감독이고, 아직 십대소년의 취향과 감수성을 유지하는 철없는 중년남자이다. 그는 지금까지 수많은 영화를 감독하거나 제작했고 그중 상당수는 국제적인 흥행성공작이었지만, 그를 완성된 영화예술가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직도 국내 관객들에게 인기 있는 그의 초기 대표작들을 보라. 그들은 모두 보편적인 고전이 아니라, 모두 어린시절의 감수성을 잠시 흔들어놓은 '추억의 영화들'이다. 80년대 말, 90년대 초의 시대분위기와 당시 십대였던 남자아이들의 감수성을 빼고 <레옹>을 다시 보면 뭐가 남는가.

<키스 오브 드래곤>
<제 5원소>

중간지대의 예술가

뤽 베송은 중간지대의 예술가이다. 다른 이들에게 과도기이고, 목적지에 가기 위한 통로인 시공간이 뤽 베송의 왕국이다. 그가 자신의 왕국에서 선택하는 인물들은 모두 낯선 곳의 이방인들이다. <테이큰> <키스 오브 드래곤> <프롬 파리 위드 러브>와 같은, 그가 제작하거나 감독한 최근 영화들에서 파리는 늘 이방인들의 외국이다. 이는 인터내셔널 캐스팅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지만, 바로 그런 다국적 영화를 만드는 위치 자체가 그의 존재를 설명하지 않던가.

뤽 베송은 늘 프랑스적인 영화에 저항하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그의 영화들은 프랑스를 품고 있다. 그가 할리우드와 홍콩 액션을 추구하며 만드는 영화들은 부인할 수 없는 프랑스적 감수성을 품고 있다. 할리우드 배우들을 캐스팅해 영어로 만든 작품이지만, <제5원소>는 스타일에서부터 스토리에 이르기까지, 최근 몇 십 년 동안 나온 영화들 중 가장 프랑스적인 SF이다. 프랑스 영화 전통에 저항하려는 그의 태도 역시 지극히 프랑스적이다. 그의 다국적 영화들은 프랑스적인 스타일을 감추려 하기 때문에 오히려 프랑스적이다.

뤽 베송의 영화는 할리우드를 추구하기 때문에 오히려 반 할리우드적이다. 그의 영화를 찍기 위해 모인 사람들을 보면 오히려 할리우드 전선에 대항하기 위한 다국적 용병들처럼 보인다. 그는 서기, 이연걸, 히로스에 료코 같은 아시아 배우들과도 익숙하고 아시아, 남미, 유럽과 같은 공간을 능숙하게 조합해 다룰 줄 안다. 영어권 비평가들은 종종 그의 영화에 나오는 다국적 배우들의 서툰 영어를 비웃지만, 그것이 지구의 다른 부분에서는 자연스러운 언어 환경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그는 이러한 탈출 과정 중 새로운 프랑스 대중 영화의 전통을 세웠다.

<테이큰>
<프롬 파리 위드 러브>

그러나 지극히 프랑스적인

이제 우리는 할리우드나 홍콩 영화들과 차별화되는 프랑스 대중영화의 전통에 대해 안다. 현란한 스타일과 속도감, 예상할 수 없는 폭력성이 할리우드 영화를 그럴싸하게 흉내내지만 단 한 번도 진짜처럼 보인 적 없는 스토리나 캐릭터와 결합된 영화들. 종종 그들은 뤽 베송 영화의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간다. <인사이드> <엑스텐션>과 같은 프랑스 호러영화들은 뤽 베송이 이끈 변화의 물결 속에서 나온 영화들이지만 그가 결코 만들 수 없는 영화들이다.

뤽 베송은 위대한 영화를 만든다는 야심을 가진 적이 없다. 하지만 종종 위대한 인물이라는 소재에 매료된다. 그는 <잔 다르크>를 만들었고 이번엔 아웅산 수지에 관한 영화인 <더 레이디>를 갖고 우리를 찾아온다. 그는 이 위대한 여성들을 마치 어린 소년이 학교 선생님을 대하듯 숭앙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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