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영화같은 현실 앞에서 침묵은 죄다
2011-10-11
글 : 이다혜
글 : 남민영 (객원기자)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부산 상영작 <뱀파이어> 이어 다큐 <프렌즈 애프터 3.11> 준비 중인 이와이 슌지 감독

이와이 슌지 감독의 <뱀파이어>는 비 일본인 배우들을 중심으로 한 뱀파이어 영화다(일본인 배우는 아오이 유우 한 명뿐이다). 뱀파이어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누구는 더 섹시하고 잔인하게, 누구는 더 순수하고 낭만적으로 뱀파이어를 그리고 싶어 하지만, 이와이 슌지의 <뱀파이어>는 사람을 해치고 싶어하지 않아 자살을 원하는 사람을 찾아 피를 흡입하는 뱀파이어 이야기다. 하지만 인터뷰를 위해 마주앉은 이와이 슌지는, 이 독특한 뱀파이어 영화보다는 현재의 일본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많았다.

-<뱀파이어>를 처음 떠올린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연쇄살인범에 대한 영화를 기획 중이었으나 일본에서 영화의 설정과 똑같은 사건이 발생해 그 소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얼마간 지난 뒤 연쇄살인범이라는 설정을 피를 좋아하는 남자로, 그리고 뱀파이어로 바꾸어보니 유니크하고 재미있어 보여 이번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

-이 영화를 찍기 전에 참고한 뱀파이어 영화가 있는지 궁금하다.
=미국의 70년대 영화들인 <엑소시스트> 나 <컨버세이션> 같은 분위기가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해 그 두 작품을 참고했다. 흡혈귀 영화의 경우, 이 영화와 설정이 겹치거나 하면 곤란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비슷한 면이 없게 하기 위해 뱀파이어 영화를 신경 써서 보고 참고했다. 박찬욱 감독의 <박쥐>도 봤다.

-<뱀파이어>에서 잊히지 않는 장면 중 하나는, 주인공이 알츠하이머를 앓는 어머니가 방 밖으로 나가 돌아다니지 못하게 하려고 어머니의 허리에 풍선 여러 개를 매달아 방 안에 앉혀둔 장면이다. 영화 역사상 알츠하이머 환자가 이렇게 아름답게 영상에 등장한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처음에는 집안에 어머니를 감금시키기 위해 쇠사슬로 매달거나 하는 무거운 이미지를 떠올렸다. 그러다 머리를 스친 게 풍선이었다. 풍선이라면 부드럽고 몸에도 부담이 되지 않는데다가 이야기적으로도 잘 맞겠다 싶어서 그런 설정을 썼다.

-준비 중인 작품은.
=다큐멘터리이고, 제목은 <프렌즈 애프터 3.11>이다. 지금 일본은 3.11 대지진 이후 굉장한 곤경에 처해있다. 나는 이 일련의 사태에 대한 전문가의 인터뷰 내용을 나의 웹사이트(http://iwaiff.com)에 공개하고 있다. 그 웹사이트는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를 모두 제공한다.

-차기작에서는 관심사가 사회적인 것으로 집중된다는 인상이다.
=세상의 많은 영화들이 재난과 재앙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은 그런 영화는 만들면서 막상 영화 속의 일이 현실로 벌어지자 모두들 입을 다물더라. 여기에 대해 제대로 밝히지 않고 책임지지 않으면 앞으로 이런 소재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사실 영화는 사라져도 상관없다. 영화는 사람의 인생에 아주 일부분일 뿐이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 폭로만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과연 완벽한 진실인가 아닌가를 논하며 이런 생각들을 공유하는 친구들을 늘려가자는 게 내 의도다. 그래서 제목도 <프렌즈 애프터 3.11>이다. 친구를 늘린다는데 누가 나서서 반대하겠는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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