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 <오늘> 무대인사. 6시 도쿄국제영화제 집행부와의 저녁 식사. 8시 <괴물 3D> 무대인사….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은 여전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모두가 원하는 사람이다. 잡힌 약속이 너무 많아 하루 일과가 빼곡히 적힌 수첩을 자주 들춰봐야 기억이 날 정도다. 하지만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은 “자원봉사자의 마음으로” 영화제를 돕는 것이라며 말을 아낀다. “행사와 규모가 커졌잖나.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워낙 바쁘니 미처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을 도와주는 거지. 이 정도면 예년보다 많이 참여하는 것도 아니다.”
집행위원장에서 물러난 지 1년. 지난 15년간의 강도 높은 업무가 사라졌으니 허전할 법도 한데, 정작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에겐 자유를 즐길 여유가 없다. 그는 지난 1월부터 강원문화재단 이사장과 단국대학교 석좌교수를 동시에 맡았다. 새로운 프로젝트에 전념하는 동시에 베를린, 홍콩, 오키나와, 칸국제영화제 등에 VIP 게스트로 참석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훌쩍 가을이 왔다. “영화제를 그만두면 현대미술을 공부해보고 싶었다. 영화도 한편 만들고 싶었고. 나와 친분이 있는 허우샤오시엔, 모흐센 마흐말바프 등의 세계적인 거장 감독들을 심층 인터뷰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었는데,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진 거다.”
그러나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에게 현실과 소망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설립을 준비하며 후학 양성에 힘쓰려는 그의 계획은 영화 연출의 꿈과 맞물려 있다. “세계 3대 영화제 대상 수상”을 목표로 학생들과 함께 하다보면 연출의 꿈도 간접 충족되지 않겠냐는 것이 김 명예위원장의 생각이다. “앞으로 뉴 커런츠 섹션은 단국대학교 것”이라 장담하는 그의 포부를, 부산국제영화제는 주목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