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베를린] 아시아에 대한 고정관념 깨고파
2011-11-23
글 : 한주연 (베를린 통신원)
베를린아시아영화제 최선주, 기미코 수다 공동집행위원장을 만나다
기미코 수다(좌), 최선주(우)

베를린에서 2년마다 열리는 베를린아시아영화제가 세 번째를 맞았다. 지난 2007년에 아시아여성영화제로 출발했던 영화제는 타이틀에서 아예 ‘여성’을 빼버렸다. 하지만 영화제 출범 당시부터 간판 주제로 삼았던 이주, 젠더, 디아스포라라는 기본틀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지난 10월26일부터 30일까지 열렸던 영화제는 타이, 한국, 대만, 일본, 베트남, 홍콩, 필리핀과 구미 지역의 아시아 출신 감독들의 총 35편의 장·단편영화들을 선보였다. 한국영화는 <무산일기>와 <방가? 방가!>가 상영됐다. 이번 영화제의 주제는 ‘친족’(Imagine(d) Kinship)과 ‘음식’이었다. 그래서 출품된 영화에선 유난히 식사장면과 요리장면이 많이 나왔다. 또한 글로벌 시대의 이주문제, 각 나라의 가족에 관한 얽히고설킨 이야기, 입양문제 등을 다룬 영화들이 눈에 띄었다. 이번 영화제를 이끌었던 공동집행위원장 최선주, 기미코 수다와 이야기를 나눴다. 최선주 위원장은 독일에서 자란 한국인 2세이고 아버지가 일본인, 어머니가 독일인인 기미코 수다 위원장은 베를린 자유대학 중국학과의 연구원이다.

-이번 영화제 주제는 어떻게 정했나.
기미코 수다_처음에는 가족을 주제로 하려고 했지만, 가족 하면 우선 핵가족을 생각하게 되니까 친족으로 범위를 넓혔다. 그 앞에 ‘Imagine’을 붙여 관객이 생각하는 친족, 머릿속, 관념 속에 있는(Imagined) 친족이 무엇인가를 비교하자는 의도에서 괄호를 넣었다.
최선주_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가족상과 실생활의 가족관계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의식하게 하고 싶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가족상이 다시 가족이란 존재를 구성한다. 누구나 가족이 있고 가족형태는 항상 변하고 있다. 이주와 글로벌화로 급변한 환경에서 사람들이 가족문제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에 관심을 두었다. 이런 문제가 영화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 선정 과정은 어땠나.
기미코 수다_영화제쪽에 출품한 작품, 영화 관련 대학, 영화 배급사를 통해 영화를 조달받는다. 우리가 직접 인터넷으로 검색도 한다.
최선주_6년 동안 이 영화제를 통해 꽤 큰 네트워크가 형성됐다. 그 네트워크를 활용해 영화제작자, 감독, 평론가들에게 영화를 추천받기도 했다.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기미코 수다_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재정을 확보하지 못해서 힘들다. 특히 대사관의 지원을 받기가 힘들다. 각 대사관은 자국만의 행사를 원하기 때문에 우리같이 여러 나라가 함께하는 행사의 지원은 꺼린다.
최선주_우리 스탭들은 보수를 받지 못한다. 그런데 문제점은 독일 당국이 아시아 커뮤니티가 얼마나 크고 힘이 있는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다음엔 독일의 공식적인 기관과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영화제가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으면 일하기가 더 쉬워질 것이다.

-베를린아시아영화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기미코 수다_독일에서 아시아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하면 중국을 경쟁국으로 놓고 이야기하는 게 대부분이고 나머지 주제들은 관심 밖이다. 영화제를 통해 독일인도 아시아에 대한 다른 문제들을 접할 수 있게 하고 싶다.
최선주_우리는 단지 아시아영화만을 보여주려는 게 아니다. 독일사회에서는 아시아에 대한 스테레오타입과 클리셰가 있다. 우리는 영화를 통해 이런 고정된 이미지에 반대되는 예를 보여주고, 그냥 지나치는 다른 문제들도 제기한다. 예를 들어 이주노동자 문제의 갈등과 이슈는 한 나라에 국한되어 있는 게 아니다. 이런 문제들은 서로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가령 한국만이 이주노동자 차별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영화 <피노 선데이>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만에도 있는 이야기다. 세계의 이주노동자 문제는 거의 비슷하다. 이런 문제에 대한 맥락과 함께 더 큰 그림을 보여줄 수 있다.

-다음 베를린아시아영화제는 어떤 모습이 될까.
기미코 수다_재정적으로 더 안정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다. 베를린시의 공식적 지원을 받도록 해보겠다. 다음엔 각 아시아 국가의 클래식영화도 상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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