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개>에 단역으로 출연했다가 <아멘>의 여주인공이 됐다고. 무용을 전공했다던데.
=일곱살부터 중3 때까지는 한국무용을 했는데 고등학교 3년은 발레를 했다. 동덕여대 무용과를 다니던 중에 친구 통해서 단편영화 출연 제의를 받았다. 해보니 매력을 느꼈고 22살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단편 등에 출연하기 시작한 거다. 23살에 <풍산개>에 출연했으니까 지금은 24살이다. (웃음) 전재홍 감독님이 <아멘> 줄거리를 듣고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 중에서 주인공을 찾았는데, 그때 나를 좋게 봐주신 것 같다.
-파리, 베니스, 아비뇽 등에서 <아멘>을 찍었는데 어떤 점이 흥미로웠나.
=일단 유럽 여행 자체가 처음이었다! 거기 있는 과정이 다 즐거울 수밖에. 재미있는 느낌으로 남아 있는 건 이런 거다. 거의 원테이크, 많아봐야 두 테이크였는데, 이런 감독님의 촬영 흐름에서 내가 마치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느껴졌다. 수면 위에 올라갔다가 다시 깊은 물속에 들어가기도 하는. 그러면서 좀더 자유로워졌던 것 같다. 사실 영화하면서 늘 그렇다.
-파리, 베니스, 아비뇽 순으로 돌아다니며 찍었나.
=아니다. 파리에 있는 아는 언니 집에서 머물렀다. 기차로 왔다갔다했다. 파리의 몇몇 장소에서 찍을 것을 미리 찍고 베니스와 아비뇽을 다녀왔다.
-김기덕 감독은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감독 중 한 사람이다. 그의 새 영화의 여주인공으로 단숨에 이름을 알리게 됐다.
=나 아닌 사람들이 보면 ‘단숨에’라고 하겠지만, 나름의 꾸준한 과정은 있었다. <풍산개>에 북한 요원으로 잠깐 나오는 거였지만 그래도 북한 아주머니 만나서 일부러 대사 연습까지 했으니까. <아멘>을 하고 나서 기쁜 건, 그동안 나를 증명하기까지 오래 걸리거나 증명하려고 해도 잘 보이지 않거나 그랬던 것 같은데, 이제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나를 증명할 수 있는 계기가 돼서 참 좋다는 거다. <아멘>이 그런 계기가 됐다.
-영화, 재미있나.
=내 삶이 참 느닷없는 순간의 연속인 것 같다. 오늘 인터뷰가 있어서 어제 좀 일찍 잠자리에 누웠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법 같은 삶을 사는 것 같다. 삶의 흐름에 내맡기려고 한다. 영화 연기를 하는 것도 자유로워지는 징검다리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가슴 뛰는 치밀함은 잃지 않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