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은 결국 사운드로 완성되는 장르다. 이에 대해선 월트 디즈니의 사운드 메이킹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월·E>의 DVD 서플먼트가 좋은 사료다. 오케스트라로 각종 효과음을 만들거나 실제 소리를 채집해 사용하는 과정이 자세히 등장한다. 한편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들처럼 스코어가 훨씬 중요한 경우도 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그 모두를 겨눈다.
드라마 <겨울연가>와 영화 <올드보이>의 음악으로 잘 알려진 이지수 음악감독은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 보편적이지만 풍성한 사운드 효과를 만든다. 주요 장면의 스코어는 악기 특성을 살려 긴장과 이완을 거듭하는데 결투장면에는 타악기, 회상장면에는 관악기, 비행장면에는 현악기가 주로 사용되는 식이다. 음색에 대한 선입견을 활용하는 점은 디즈니와 닮았지만 주요 테마의 반복으로 감상적인 효과를 노리는 점은 지브리와 닮았다. 특히 잎싹이와 초록이가 이별하는 순간의 <마지막 인사>가 인상적이다. 천천히 하늘로 떠오르는 초록이의 시선으로 땅에 남은 잎싹이를 조망하는 연출은 피아노의 스케치로부터 오케스트레이션으로 구체화되는 멜로디를 통해 감동적인 사운드의 경험을 선사한다. 눈만큼 귀도 즐거운 작품이다.